[기고] 박근혜 정부에 바란다

항상 새 정부가 출범하면 국민들의 기대는 매우 크다.

따라서 새 정부 출범 원년(元年)은 중앙부처에는 폭주하는 민원으로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 특히 박근혜대통령 당선인은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의미지 때문에 국민들의 기대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때 박 당선인은 ‘공기업 낙하산 인사는 잘 못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당선인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 이유는 정부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 산하 공기업에 취업하면 지도ㆍ감독은 물론, 전문성 부족으로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출범직후 지난 19대 총선에서 낙선낙천인사를 대거 주요공기업 요직에 임명했고, 대선을 앞둔 지난해 말 공기업과 공공기관 요직에 청와대 출신을 또 임명했다. 청와대 농수산식품 비서관을 지낸 남모씨를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에, 산업자원부 차관출신 조모씨를 한국전력 사장에 선임했다.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모과정을 거쳤다고 하지만, 이와 같은 요식행위는 무늬만 공모이지 보낼 사람을 미리 정해 놓고 다른 사람들은 들러리를 서게 한 것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KOTRA에는 청와대 정보 분석비서관 출신을 감사로, 대통령 경호처 군사관리관 출신을 한국감정원 감사위원으로, 서민정책 비서관 출신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감사로 선임했다.

정권말기 보은 인사를 하기 위해 사실상 모든 자리를 내정해 놓았다는 야당의 비판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또한 주류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세청 전관들이 업계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2012도 국감 때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주원료를 독점 판매하는 대한주정판매(주)에 3명의 국세청 출신 전관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고, 납세의 근거가 되는 병마개 생산 업체에서도 국세청 출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OB맥주에는 중부지방국세청장 출신인 왕모씨가 감사로, 지난해 맥주 제조허가를 얻은 롯데칠성에는 국세청 법인세 납세국장을 역임한 김모씨가 이사로 있다고 한다.

이들이 관련 업무를 담당하지 않았다고 해도 수개월 전까지 함께 근무하던 동료가 요직을 맡는 회사를 국세청이 제대로 감독하고 공정과세를 할 수 있다고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정권만 잡으면 국민의 재산인 공기업 요직을 마치 전리품처럼 나눠주고 있기 때문에 국민적 비판이 따르는 이유이다.

뿐만 아니라 경찰청 산하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 이사장에 총포·화약에 아무런 식견도 없는 전직 치안감을 임명하는 등 30년 동안 단 한 번도 민간 전문가를 임명한 사실이 없다. 일선 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을 지낸 경력을 마치 총포화약 전문가로 둔갑시켜 지방경찰청장을 퇴직하면 바로 이사장에 임명했다.

또한 경찰공무원 정년에 맞춰 응시 자격을 60세로 제한하는 꼼수를 써가며 다른 사람의 응모를 제한했고, 이사감사 등의 주요 요직을 전직 경찰간부들로 채우고 있다. 국가 모든 공기업이 최고 경영자와 이사, 감사 등은 연령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 협회 이사장 또한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연령 제한을 둬야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경찰청은 조직의 노쇠화를 방지하고 세대교체를 촉진한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곧 내부승진에 따라 협회 이사장 등을 선임할 때만이 가능한 논리이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노무현정부 시절 ‘참여정부 낙하산 인사 특위’를 구성하는 등 낙하산 인사를 거칠게 비판했지만 MB가 정권을 잡자, 또 다시 자신들이 비판하던 일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이런 잘못된 관행을 털고 갈 것을 주문한다.

 

오 수 진 전국수렵단체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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