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창조경제가 화두다. 정부조직 개편도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탄생이 좋은 예이다. 창조경제는 2000년대 중반 도시경제학자인 플로리다가 제창한 개념이다. 그가 주장한 창조경제의 성장축은 3T다.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관용(Tolerance)이다.
그러나 플로리다의 창조경제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창의성은 천재들의 특출한 능력에서 나온다고 본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이 문제를 풀려고 매달렸다. 이들이 내린 결론이 상호작용이다. 플로리다가 내세운 특출한 능력을 가진 천재를 대기업으로, 상호작용의 대상을 대·중소기업으로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결국 창조경제의 기초는 0.1%의 대기업과 99.9%의 중소기업의 협력이다.
그러나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은 부진하다. 가장 심각한 부분이 기술탈취 문제다. 중소기업의 기술을 탐내는 대기업이 많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후려치기’라도 해서 사주면 그나마 다행이다. 오히려 유사한 기술을 협력업체에 넘겨 만들게 한다. 또한, 기술인력의 탈취도 심각하다. 중소기업이 어렵게 기술인력을 데리고 몇 년에 걸쳐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대기업은 높은 연봉으로 기술인력을 데리고 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은 정당한 대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대기업 입장에서 봐도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경제적일 수 있다. 대기업은 기술 사업화에 성공해 시장을 공략하고, 중소기업은 재창업을 통해 새로운 기술 개발을 시작한다. 이러한 기술거래 활성화는 중소기업의 활발한 창업을 유도해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나아가 기술거래를 개발이 완료된 것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에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한 기술개발자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일만 한다. 그 개발자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대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다. 그러나 대기업은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의 실리콘밸리로 가서 노력 끝에 엔젤투자를 유치했다. 그제야 대기업이 찾아와서 공동 사업을 제안했다고 한다. 조그만 창고에서 구글이나 애플 같은 세계적 기업이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대기업의 역할은 창업국가라고 불리는 이스라엘에서 구체적으로 찾을 수 있다. 이스라엘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세운 ‘엑셀러레이터’라는 곳이 있다. 여기에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모여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토론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각종 기술과 관련된 정보도 제공한다. 그리고 정당한 대가를 주고 기술을 매입한다. 그러면 젊은이들은 재창업을 하고 새로운 기술 개발에 매진하게 된다.
그런 이스라엘 젊은 창업인들에게도 한국을 보면 부러워하는 것이 하나 있다. 한국에는 그런 기술을 사줄만한 대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에는 그리 큰 대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결국 기술개발의 결과는 미국의 마이크로스프트가 가져간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의 실리콘qof리에 R&D 센터를,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에 기술매입을 위한 센터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과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호협력이다. 대기업이 창업벤처기업을 밀어 주고 끌어 주면서 같이 성장해야 한다. 대·중소기업의 상호협력을 통한 창조경제의 완성을 기대해 본다.
김 동 선 중소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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