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원시향의 ‘2013 차이콥스키’ 사이클

수원시립교향악단은 지난해 창단 30주년을 맞이해 다양한 기념행사들을 치러냈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왔던 베토벤 교향곡 중 5번과 2번을 소니 레이블을 통해 30주년 기념음반으로 발매했고, 국내 교향악단 최초의 시도였던 9개 도시 전국순회음악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예술적 역량을 제고하고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도 마련했다.

또한 창단 30주년의 하이라이트였던 수원국제음악제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소프라노 신영옥 등 국내에서 만나기 힘든 세계적인 음악가들과의 협연으로 수원시향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

세계적인 교향악단으로의 도약을 위한 또 다른 30년의 첫해인 2013년, 수원시향의 화두는 단연 ‘차이콥스키’이다.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콥스키(1840~1893)는 뛰어난 선율미와 화려한 관현악법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매우 인기있는 작곡가 중 하나이다.

2010년 ‘베토벤 사이클’을 성공적으로 마친 수원시향은 올해 ‘차이콥스키 사이클’이란 명칭으로 총 6회에 걸쳐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곡 전곡과 3곡의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첼로를 위한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피아노를 위한 콘서트 판타지아 등을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또한 같은 프로그램을 예술의전당 개관 25주년 기념 기획공연으로 초청받아 콘서트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중 후기 4, 5, 6번은 음악애호가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오케스트라의 단골 레퍼토리이다. 하지만 비교적 청년기에 작곡된 1, 2, 3번 교향곡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고, 공연장에서도 만나기 쉽지 않다.

이번 사이클은 잘 알려진 후기 교향곡들도 중요하지만 자주 공연되지 않는 1, 2, 3번 교향곡을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음악가로서 누구나 잘 아는 곡에 완성도를 높이는 것 이상으로 알려지지 않은 옥석에 새로운 빛을 비추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그 어떤 작곡가의 음악보다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작품이다. 그의 음악은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브루크너나 말러, 브람스의 음악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차이콥스키 특유의 아름다운 멜로디와 포장되지 않은 순수함은 대중음악에서도 자주 리메이크되어 클래식 음악에 거리감을 느끼던 사람들도 쉽게 매료시킬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일부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을 폄하하기도 하지만, 결코 대중성이 짙다는 까닭에 그의 음악을 가볍다고 평가해서는 안 될 만큼 음악사에서 그의 위치는 확고하면서도 독보적이다.

필자는 이번 차이콥스키 사이클을 통해 우리 수원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클래식 입문자들이 보다 쉽게 오케스트라 음악과 친숙해질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클래식 음악은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심각한 음악이 아니다. 공부를 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눈을 감고 음악에 빠져들면 된다.

작곡가의 고단한 삶이나 오케스트라 악기의 구성은 그다음의 문제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차이콥스키 사이클은 기존 음악애호가들이나 입문자 할 것 없이 클래식 음악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김 대 진 수원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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