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두 번에 걸친 발사가 성공하지 못했기에 온 국민이 숨죽이며 러시아 제1단로켓의 불 뿜는 발사광경을 지켜보다 환호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환호는 우리도 우리 땅에서 위성을 쏘아 올렸다는 점에 대한 기쁨이요, 안도는 또 다시 온 국민이 씁쓸한 실패감을 맛보지 않아도 된 것에 대한 다행이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작은(?) 과학적 성취여부로 온 국민을 이렇게 동일 감정에 몰아넣는 것이 과연 옳은가 회의가 든다.
발사장면의 웅장함 때문에 성공시 느끼는 쾌감이 크다면 반대로 실패시 맛보는 좌절감 또한 클 것이다. 우주 선진국에서는 1960~70년대 이룬 것에 비해 지금의 우리나라 국력에 비하면 벌써 이뤘어야 할 성취이나 그간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정책이 바뀌고 방향이 변경돼 결국 느즈막이 발사 성공에 이르게 됐다. 이러한 쓰디 쓴 경험을 했음에도 벌써부터 차기 한국형발사체의 개발 일정을 앞당기고 조속히 달나라까지 가겠다고 하는 유인우주선 이야기가 또 나돈다.
조 단위의 예산이 소요되니 고위층의 정책적 방향결단이 필요하겠지만 돈과 아울러 필요한 것이 시간이요, 인력이다. 어차피 로켓기술이 돈 주고 사올 수 없는 것이라면 독자 개발해야 할 것이고 기본부터 차근차근 기술을 축적해야 하는 것이기에 일정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개발과정을 통해 꾸준히 기술인력이 양성되고 유지돼야 하는 것이다. 앞당기겠다고 당겨지기 쉬운 것이 아니다. 또 우주강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달나라까지 갈 필요는 없고 꼭 유인우주선을 쏘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지금 한창 우리나라에서 개발운용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계속해야할 통신방송위성, 해양기상위성, 저궤도 탐사위성 등 실용적 지구궤도 무인위성은 꼭 필요하기에 이들의 국산화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과 이들을 쏘아 올릴 발사체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 더 급하고 절실하다.
설혹 달나라 가는 것과 유인우주선 쏘는 것이 기술성취와 파급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러시아 제1단로켓의 멋진 화염을 감상하는 것과 같은 효과일 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나로호 성공의 기술적 의미를 살펴보자. 혹자는 러시아 제1단 로켓을 사왔으니 순수 우리힘으로 올린 위성이 아니라고 폄하한다. 그러나 공학적으로 계산해 볼 때 나로 과학위성을 목표한 타원궤도에 올리려면 고도 300㎞ 도달시 초속 8㎞/s의 속도가 필요한데 그 중 1단로켓이 약 60%, 2단로켓이 약 40%를 감당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번 발사에서 그 40%의 역할을 확실히 크다는 점을 평가하는데 인색하면 안 된다.
특히 1단로켓과 분리 된 후 고도 300㎞에서 위성과 분리되기까지 위성을 목표궤도에 정확한 속도와 각도로 진입시키기 위해 정밀유도, 추력방향제어와 자세제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또 위성과 분리 후 쓸모없어진 상단로켓부위를 위성체로부터 멀리 떨어뜨리는 회피거동 등의 기술, 상단부의 각종 국산화 장비들이 완벽히 구동됐음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이러한 여러가지 기술들이 구현된 나로호 2단 로켓은 우주로 올라간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우주운반체임에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 기술들은 차기 한국형발사체의 성공에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개발된 기술이 현장 우주산업체와 연계돼 안정적으로 생산되는 일관체계가 갖추는 날이 도래될 때 바햐흐로 우주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순간 우주 궤도상에서 각종 우주시험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 나로과학위성과 그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임무를 다하고 불꺼진 창처럼 아무한테도 주목받지 못하고 묵묵히 나로위성의 뒤를 따라 돌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우주운반체 나로2단로켓-국제 우주물체 식별번호 ‘39068-’를 생각하며 조만간 우주강국이 될 날을 꿈꿔 본다.
오 화 석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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