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건강한 사람이 다리가 불편한 사람을 업고 동냥해온 밥을 먹으며 새끼 꼬기, 짚신 삼기로 생활을 꾸려간다. 점점 늘어난 솜씨로 짚공예품을 만들어 자립하게 된 두 사람은 장가도 가고 서로 가까이 살면서 행복하게 살아간다. 잘 알려진 동화의 내용에서 공존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공존지수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재는 지수이며, 과거가 IQ(지능지수)사회였다면 이제는 EQ(감성지수)를 넘어 NQ(공존지수)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시대나 혈연, 지연, 학연, 종교연, 직장연 등으로 연결된 사람들끼리 끈끈한 관계를 맺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개인의 능력보다 공동의 능력이 요구되는 미래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공존능력이 더욱 중요시 될 전망이다. 다만 태도, 신념, 종교 등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진정한 의미의 공존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2009년 국제교육협의회(IEA)가 우리의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세계 학생 14만여명을 설문 조사한 ‘국제 시민의식 교육연구(ICCS)’ 자료를 바탕으로, 더불어 사는 능력을 의미하는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지표를 계산한 결과, 한국 청소년은 36개국 중 35위로 매우 저조하게 나타났다. 우리 청소년들이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더불어 사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경쟁교육에서 협력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가진 잠재능력이 다양한데도 우리는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한 줄 세우기 교육을 하고 있다.
지식보다 기능, 창의성, 도덕성, 감성이 더 필요한 영역에서도 지적 능력으로 한 줄을 세워 우열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 줄 세우기 교육은 경쟁을 유발하여 믿음보다 불신, 평화보다 불안, 공존보다는 미움의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게 만든다. 이제는 한 줄 세우기 경쟁교육에서 벗어나 타고난 잠재능력에 따른 여러 줄 세우기 교육으로 협력하며 저마다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둘째, 소통과 공감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과 공감이다. 소통과 공감은 서로 다른 너와 내가 공존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셋째, 배려와 나눔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품성은 배려하고 나누는 삶 속에서 길러질 수 있다. 한 개의 촛불로 많은 초에 불을 붙여도 처음 촛불의 밝기는 약해지지 않는다. 설사 배려와 나눔의 과정에서 어려움이 수반된다 해도 그것은 행복으로 되돌아온다.
자연생태계의 만물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들 또한 모습, 생각, 처지 등이 달라도 있는 그대로 서로 인정하고 다름을 틀림과 차별이 아닌 조화와 공존으로 생각할 때,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남의 삶을 좀 더 좋게 만들어 남이 행복할 때, 자신도 더불어 행복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공존지수를 높여주어야 한다.
정 종 민 성남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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