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물어 보았다. ‘왜 대학을 왔느냐’고. 그러면 대부분 돈을 벌러 왔다고 한다. 돈 벌기가 그리 쉬운가? 손바닥만한 땅 하나에도 번지가 있고 주인이 있다. 그 위에 풀 한포기 나무한그루 네 마음대로 심고 뽑을 수 있는 게 있더냐 하면 대답이 없다. 그러나 답은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에서 찾아보자.
지금 중소기업계는 납품단가 협의권부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중소기업적합업종 법제화 등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과 지원체계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동등성을 확보해 주고 이익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중소기업으로서 받는 각종지원혜택을 받기 위해 대기업으로 분류되지 않도록 체질을 관리하는 경영도 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 LG, 현대는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세계적 기업이다. 전 세계에 영업망과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고, 애플, GM도 같은 상황이다. 그래서 같은 기술수준이면 인건비가 싼 기지로 이전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술개발을 시도하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기업은 세계시장에 내놓을 제품을 개발하고 중소기업은 그제품의 부품 또는 그것의 생산기술개발을 담당하는 갑과 을의 역할이 기술의 종속관계가 되고, 다시 기업의 주종관계가 자연스럽게 돼버린 것이다. 대기업과의 갑을관계에서 불공정하고 일방적 거래나 횡포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중소기업계가 정부에 보호요청을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기득권의 텃밭에도 뿌리내릴 기회는 항상 있다. 지식기반사회에서 기술은 유한생명이고. 수요자의 요구에 의해 끊임없이 선택되고 진화해가는 현상는 다윈의 진화설과 흡사하다. 그래서 지금의 사회는 내가 발명한 기술은 시차는 있겠으나 다른 누군가가 유사하거나 동일한 생각을 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발명은 노하우기술로 관리하는 것보다 특허기술로 등록하여 그 수명을 보장받는 것이 추세이다.
삼성을 예로 보자. 삼성은 애플과의 특허분쟁을 통해 자체기술을 정비하고 공백기술을 메우고 핵심기술을 확보하여 고통의 과정을 이겨 내는 과정에서 안목과 지략과 전략이 생겼고 체질개선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수천억대의 홍보효과도 얻었다.
고통은 신이 준 선물이라 하지 않는가. 세계적으로 강소기업(hidden champion)으로 정의되는 기업은 1천억 달러 매출에 40개 내외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경기도내 중소기업중 1천억원 대의 매출기업이 100여곳이나 된다는 것은 아주 고무적이다.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정책이나 제도가 필요하지만, 지나친 법과 제도는 울타리를 치게 되고 자생력을 훼손할 수도 있다.
다윈의 진화설은 생명분야 뿐만아니라 기술이 진화하므로 경영의 분야도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와 산업의 한 축을 이루는 우리도 생각과 행동 스킬이 진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거나 낙오되고 만다.
돈을 버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어떨게 쓰일까를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윤리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므로 신발 속의 깔창으로 진화될 것이다.
문제의 해결방법은 ‘남이 나에게 해주길 바라는 그대로 해주라’는 황금률이 유일한 답일 것이다. 우리 기업 모두 유연성을 확보하고 세계적 혁신중심의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오 환 섭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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