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산시 시조 노랑부리백로

1984년 미국 LA올림픽 마스코트인 ‘샘’의 모델이기도 한 흰머리수리(Bald eagle)는 미국의 나라 새로 미국을 상징한다. 당시 미국의 국조 선정과 관련해 잘 알려진 일화가 전해진다.

다른 동물을 사냥해 잡아먹고 심지어 죽은 생물도 먹어치우는 흰머리수리에 대해 미국 건국에 큰 공헌을 했던 벤자민 플랭클린은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나라 새로 선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유명한 조류학자인 존 제임스 오듀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플랭클린의 잘못된 인식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나라 새 선정을 위해 노력한 결과 흰머리수리가 미국의 국조가 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한때 이 새는 농약인 DDT의 영향으로 인해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멸종위기 처하였지만 나라의 국조가 멸종에 처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국가와 단체들의 적극적인 보호노력 결과 멸종을 피할 수 있었으며, 오늘날은 미국을 대표하는 새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안산시는 그동안 시의 새였던 비둘기(1986.4.30 지정)를 멸종위기에 처한 조류인 노랑부리백로로 변경해 입법, 고시했다. 시는 시조 변경과정 중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청회, 설문조사 등을 실시했고 시민들은 노랑부리백로가 산에서 번식하며 나무를 죽이고 소음과 악취를 유발한다는 잘못된 인식 탓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노랑부리백로(Chinese Egret, Egretta eulophotes)는 한반도를 찾는 여름철새로 우리나라 내륙지역에서 번식하는 일반적인 백로류와는 다르게 서해안의 극히 제한된 일부 무인도서에서만 번식하는 멸종위기에 처한 국제적인 보호새이다.

번식기가 되면 20여개 이상의 관우(머리 뒤로 나오는 번식깃털)가 생겨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 과거 외국에서는 모자의 깃털 장식을 위해 남획함으로써 급격하게 그 수가 줄어들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인천 웅진군 무인도인 신도에서 첫 번식사례가 확인된 이후 현재까지 사람의 방해가 없는 제한된 일부 섬 지역에서만 번식이 확인되고 있고 우리나라를 포함, 북한과 중국의 일부 무인도서에서만 번식하는 까다로운 번식습성 탓에 전세계 개체수가 3천에서 4천100마리 밖에 되지 않는 멸종위기에 처한 새로 보호를 받고 있다.

1998년 8월23일 천연기념물 361호로 지정됐고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1급 조류로 지정 보호하고 있기도 하다.

노랑부리백로는 무인도에서만 무리지어 번식하기 때문에 내륙지역의 산에서 번식하는 일반적인 백로류와는 번식습성이 다르고 번식지 선택이 매우 까다로울 뿐 아니라 먹이를 먹는 지역도 갯벌과 하구지역, 해안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호수지역처럼 국한된 지역에서 작은 물고기, 새우, 갯지렁이 등을 사냥해 먹고 살아가는 특이한 습성을 갖고 있다.

안산시는 대부도의 넓은 갯벌지역과 시화호를 끼고 있으며 이 지역과 가까운 무인도서에는 국내 최대 노랑부리백로 번식지가 자리잡고 있어 노랑부리백로의 번식과 먹이터로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하지만 노랑부리백로가 일반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내륙지역에서 다수 번식하는 중대백로, 쇠백로, 중백로 등과 혼동하는 탓에 이 종에 대한 보호노력은 극히 제한된 조류학자들과 단체에서만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철원군의 두루미, 서천군의 검은머리물떼새, 순천시의 흑두루미, 강화군의 저어새 등 최근 많은 지자체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조류를 시조 혹은 군조로 지정, 변경하고 있는 사례는 매우 긍정적인 추세라 생각된다.

해당 지자체는 시의 새 혹은 군의 새를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지역의 생물자원 보전노력을 알리고 있다. 이번 안산시의 노랑부리백로 시조 변경도 과거 환경재앙으로 취급받던 시화호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긍정적인 이미지 고취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안산시의 이번 시조 변경 이후 노랑부리백로에 대한 대국민 홍보 활동강화, 중요한 먹이터인 시화호, 대부도 갯벌의 서식지 보호활동 등 노랑부리백로의 보전활동에 다양한 후속적 노력을 기대해 본다.

 

황 보 연 국립공원관리공단 조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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