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나는 졸업장 때문에 ‘빛’도 못보는 사회로…

빛나는 졸업장 얻어, 빚느는 사회 첫 발 대졸자 ‘빚 졸업’은 할 수 있을까…

졸업예정자 60% “부채있어” 1인 평균 1천560만원 ‘허덕’

대출금 상환, 접어버린 꿈… “시작부터 좌절” 현실 냉혹

2년 전 대학을 졸업한 강모씨(29)는 1년간 백수생활 끝에 지난해 5월 안양의 작은 영화사에 가까스로 취직했다.

전공을 살려 편집 업무에 지원했지만 강씨에게 주어진 것은 잡일뿐이었다. 한 달에 100만원도 채 안 되는 월급은 매달 1∼2주일까지 밀려 제때 지급되는 일도 없었다.

강씨는 결국 아무 대책 없이 6개월 만에 퇴직한 뒤 이력서를 낸 곳만도 10여 곳이 넘지만 여전히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욱이 대학시절 등록금과 생활비 명목으로 빌린 대출금 1천200만원은 원금을 갚지 못해 단 한 푼도 줄지 않은 상태다.

강씨는 “이러다 평생 취업이 되지 않아 빚 속에 허덕이며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라며 “사회 첫 출발부터 낙오자가 된 것 같아 울적할 때가 많다”고 씁쓸해했다.

오는 2월 부천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심모씨(27ㆍ여) 역시 고민이 많다.

전공 특성상 대학원을 졸업해야 원하는 직종에 지원할 수 있지만 대학 등록금으로 빌린 2천만원에다 대학원 등록금도 500만원을 훌쩍 넘어 또다시 은행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심씨는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에 일단 아무 직장에 들어가 대출금부터 상환하고 대학원에 가야 할 것 같다”며 “꿈을 포기한 게 아니라 2년 정도 유예했을 뿐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같이 대졸자 절반 이상이 ‘빚쟁이’로 사회 첫발을 내딛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HR이 올해 2월 대졸예정자 348명을 대상으로 ‘현재 갚아야 할 빚’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절반을 넘는 60.9%가 ‘있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평균 빚 규모는 1인당 1천560만원으로 부채 요인은 ‘대학등록금’이 92%(복수응답)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다음으로 ‘생활비’가 44.8%로 뒤를 이었다.

또 부채 상환 소요 예상 기간을 묻자 평균 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6개월∼1년 미만’ 10.9%, ‘1∼2년 미만’ 10.9%, ‘2∼3년 미만’ 12.7% 등 ‘10년 이상’도 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높은 등록금과 취업난에 사회에 진출부터 빚에 허덕이는 청년이 많다”며 “학자금 대출이자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 확충과 반값등록금 공약 등의 실천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