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육시설 선택권 없을 땐 무상보육은 빛좋은 개살구

오는 3월부터 만 0~5세 전면무상보육이 실시됨에 따라 직장을 다니면서 유아 2명을 키우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보육시설인 공급자 중심의 행정편의와 어린이집 정보 부재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필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공급자인 보육시설 중심의 행정편의에만 그쳐 있다. 필자는 보통의 부모처럼 집 근처 시립 어린이집 목록부터 찾았다. 그리고 각 시립 어린이집에 일일이 전화해 입소 가능여부를 문의하고, 평균 100명 이상의 대기인원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언제 입소 가능한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대기자로 신청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어느 어린이집은 전화로 대기신청을 받고 대기번호를 알려주는가 하면 어느 어린이집은 정해진 시간에만 몇 가지 서류(부모 재직증명서, 4대보험 가입증명서)를 지참하여야 대기신청을 할 수 있었다. 더구나 어린이집 홈페이지가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신청을 받는 시스템을 갖춘 어린이집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이처럼 어린이집별 상이한 입소 대기 신청방법으로 인해 직장을 조퇴하고 신청을 하러 가야 했고, 입소가 결정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서류를 제출하면서까지 신청을 해야 했다.

둘째, 어린이집 운영 정보가 산재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필자는 보육료 외 기타경비는 무엇이 있으며 그 비용은 얼마인지, 평가인증 결과와 어립이집 행정처분 이력은 없는지 등 몇 가지 궁금한 사항을 추렸다.

그러나 어린이집에 대한 정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평가인증은 보육정보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평가인증 여부만을 파악할 수 있을 뿐 구체적인 결과(해당 어린이집의 우수한 부분 혹은 취약한 부분이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수준의 정보는 어린이집을 선택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평가인증이 부모에게 어린이집 선택의 합리적인 기준과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할 보육정보센터는 그 역할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지 못했다.

결국, 어린이집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는 이웃의 주관적인 평판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부모라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양질의 보육을 제공하는 어린이집’ 즉, 보육 품질이 우수한 어린이집을 찾는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텐데 이러한 경험은 필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부모가 겪었을 것임에 분명하다.

더구나 필자가 주시한 시립 어린이집은 관할 시(市)에서 운영 전반에 대해 지도 감독해 타 유형보다 체계적인 행정시스템을 갖췄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시(市) 안에 입소 대기 신청과 같은 단순한 업무조차도 서로 다른 절차를 띠고, 필요 이상의 서류를 요구하는 것은 빠른 시일 내에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부모의 보육시설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무상보육은 빛좋은 개살구다. 앞으로 공급자 중심의 편의행정이 아닌 소비자인 부모를 배려한 행정 시스템 도입과 어린이집에 대한 집약된 정보를 제공해 어린이집 선택권이 보장되길 바란다.

 

백 민 희 경기복지재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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