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시, 때아닌 ‘현수막 진실 게임’

안민석 의원 업적홍보물 철거 담당공무원 ‘인사협박설’ 무성 안 의원 “압력 사실 아니다”

오산시가 최근 정치권의 업적을 홍보하는 현수막을 대대적으로 철거한 후 극심한 구설수를 타고 있다.

오산시는 지난 7∼8일 불법현수막 단속에 나서 도로변 가로등과 가로수 등에 불법으로 내다 건 현수막 40여 개를 철거했다고 15일 밝혔다.

철거된 현수막들은 ‘오산역환승센터’ 예산의 국회통과와 관련, 민주통합당 안민석 국회의원의 업적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오산미래포럼과 물향기포럼 등에서 제작한 것으로 돼 있다.

이와함께 ‘경축. 환승터미널 건립 확정. 시장, 도의원, 시의원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내용의 출처가 없는 정체불명의 현수막까지 곳곳에 설치됐다.

이런 가운데 현수막 철거 이후 안민석 의원이 시 건축과 담당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현수막을 철거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오산시의회 최웅수 의장은 지난 6일 건축과 담당에게 불법 현수막을 철거해 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안 의원이 공무원에게 보복성 인사 협박을 했다는 내용을 들었다고 밝혔다.

최 의장은 담당계장이 자신에게 “안 의원이 몇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와 ‘왜 현수막을 떼었느냐. 다시 걸어라.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게 말해서 인사징계를 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렇자 오산진보연대(대표 김원근)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권의 도를 넘는 공무원 협박성 발언은 자질을 의심하는 행위”라며 “이는 공무원 한 명에 대한 협박이 아니고 500여 오산시 공무원 전체에 대한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시 철거업무 담당공무원은 “불법 현수막 철거가 정치적으로 비화돼 인사 협박을 받았다는 질문에 답하기 힘들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시 관계자는 “공무원이 정치권과 맞서기는 어렵다. 불법 현수막을 철거했고, 문제의 현수막이 정치권의 업적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단순하게 봐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민석 국회의원은 “공무원에게 전화했는지는 공무원에게 물어보면 된다”며 “지역정치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오산=강경구기자 kangk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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