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여 나름 학교의 현실과 거리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해온 나로서도 드라마 속에 나타난 학교의 모습은 생소하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종례시간에 담임선생님을 무시하고 교실을 나가버리는 학생의 모습이나 잘못을 지적하는 선생님 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무시해버리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학생들은 그 모습에 리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안타까운 것은 그 모습이 ‘아이들은 숨기고, 어른들은 모르는…….’이라는 이 드라마의 부제처럼 오늘날 학교의 흔한 모습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학생들은 왕따, 자살, 폭력으로 얼룩져 있는 환경 속에서 허덕이며 한 편으로는 ‘입시전쟁’으로도 불리는 피아식별도 되지 않는 전쟁터에서 피 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런 환경을 만들어 놓은 어른들은 드라마 속에서 보이는 속된 표현으로 막 나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자신들의 학창시절과 비교해가며 혀를 차거나, 혹은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고 성토하기 바쁘기만 하다.
여기서 과연, 우리에게 그 학생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 걸까?
아이들이 현재 처한 환경은 그들이 만든 것도, 그들이 원한 것도, 그들이 선택한 것도 아닌 바로 우리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환경이다. 극 중 입시만이 교육의 전부라 외치는 최다니엘(강세찬 역)의 말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자신들의 사회를 축소해 아이들에게 던져주고 “앞으로 너희가 만나게 될 사회는 만만하지가 않아. 미리미리 적응해 두는 것이 좋아”라며 학교를 어른 세계의 축소판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교육은 오늘에 맞춰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 즉, 지금까지와는 다른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오늘이 힘들다고 오늘에 맞춰 하는 것이 아닌, 내일에 맞춰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교육이다. 그럼에도 우리 기성세대는 오늘날 사회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던져주며 그 속에서 살아남기를 바라고만 있다. 본인들 자신도 힘겨워하며 겨우겨우 흘러가는 오늘의 모습을….
이제 드라마는 중반을 넘어서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그 결말이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또 얼마나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 일부를 보여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단지 극적 요소로서 ‘단지 드라마니까’라는 위안으로 끝나고, 보기 싫은 모습이라며 눈살을 찌푸리고 혀를 차며 현실의 한계에 수긍하기보다는 현재를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앞으로 더 발전적이고 더 희망적인 방향으로 개선이나 발전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천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이것이 우리가 어른으로서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어른다운 행동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른과 아이들은 각자 그들이 맡은 책임과 역할이 있다. 어른과 아이와의 다른 점이라면 어른이 제도를 만들 수 있고, 결정을 할 수가 있고, 미래를 바라볼 수도 있고, 반성을 할 수가 있고, 실천할 수가 있고, 그 실천을 유지할 수 있는 점일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어른답게, 어른으로서 책임에 맞게, 어른으로서 역할에 맞게 세상을 밝히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도록 하자.
이 권 재 오산시 학교운영위원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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