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명을 살리는 심폐소생술 보험

만약 가족이 당신의 눈앞에서 쓰러진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단 한번도 생각지도 못했고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하지만 현실이라면 전화기로 119를 누르는데 그칠 것이다.

119가 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만 있다면 그 얼마나 애통한 일이 되겠는가?

소방차가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5~6분 정도가 소요된다.

최근 우리 사회는 각종 스트레스 및 질병에 노출되면서 그에 따른 갑작스런 심장마비 환자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심장마비 환자는 약 50%가 가정에서 발생하며 의료기관에서의 심정지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심장마비 환자는 최초 4분에서 6분이 생사를 결정짓는데 최초 목격자인 가족들의 역할이 거의 전무한 경우가 많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 환자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이다.

며칠 전 근무 중에 발생 한 일이다. 중년의 남성이 갑자기 숨을 헐떡이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신고가 소방서 상황실로 접수됐다. 신고자는 아들이었고 구급대원인 나는 출동과 동시에 유선상으로 심폐소생술을 지도했고 아들은 구급대가 올 때까지 침착하고 자신있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에는 심장이 제 역할을 못하고 심실빈맥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였지만 제세동을 시행한 결과 환자의 심장은 다시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심장마비 환자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제세동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제세동을 위해서는 조기에 심폐소생술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 신고자는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하기전 최초 처지자로서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것이다.

몇일이 지나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중년의 남성이 아들과 함께 119안전센터 사무실로 찾아왔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태초의 생명을 주었고 아들은 그 은혜를 아버지의 새 생명으로 보답한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하지만 아직까지 두려움에 구급대가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다가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보내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심폐소생술은 그리 어렵지 않다. 최근에 들어서는 교육의 기회도 많기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가 만약을 위해 보험을 들어 놓는 것처럼 심폐소생술이라는 보험을 전 국민이 든다면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꿈꿔 본다.

 

홍 영 표 용인소방서 역북119안전센터 소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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