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투병 어머니 임종뒤 아버지 시한부 선고
“구김살 없이 키워준 아버지에게 작으나마 보답할 수 있어 기뻐요.”
간경화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를 위해 선뜻 장기이식에 나선 한 대학생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명지대학교에 재학 중인 조병효씨(24·건축학부 3년).
조씨는 지난 7월 삼성의료원에서 자신의 간 75%를 이식해 아버지를 살린 효행을 인정받아 최근 용인시로부터 효행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2년을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해로 기억하고 있다. 어머니가 난소암으로 지난해 5월 세상을 뜬데 이어, 7월에는 아버지마저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씨의 가족은 원래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이었다. 대기업 중역이었던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가장이었던 탓에 조씨는 유복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어머니의 난소암 발병 이후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2007년 회사를 그만 뒀고, 생계를 위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 마저도 실패한 것이다.
7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어린시절부터 보균해온 B형간염 바이러스가 악화돼 간경화 말기로 판명을 받으며,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
유일한 치료방법은 간이식 뿐이란 것을 알게 된 조씨는 형과 조직검사를 받은 뒤 자신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고는 선뜻 이식수술에 나섰다.
결국 조씨의 아버지는 건강이 상당히 회복돼 지방에서 요양 중이고, 조씨도 현재 간 크기가 원상태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씨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입원 보름만에 집에 왔는데, 텅빈 방에 들어선 뒤에야 어머니가 안 계시단 걸 실감하고는 한참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그동안 부모님 덕분에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으니 이제 아버지에게 어머니 몫까지 효도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조씨는 효행 뿐 아니라 모범적인 학교생활로도 교내에서 정평이 나 있다. 전공수업인 건축설계에 재능을 보여 담당교수들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으며, 원만한 성격 탓에 과 선·후배들의 인정을 받아 학생회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
건강을 회복한 조씨는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매일 아르바이트도 빼놓지 않는다.
건축사가 꿈이라는 그는 “지금은 형이 유학생활도 포기한 채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하루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해 조금이나마 짐을 덜어주고픈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용인=강한수·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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