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선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가의 영속성이 훼손되는 그런 행위에 대해서도 거의 신경 쓰지 않아 결국 국가부도위기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국고에 돈이 없으면 외채를 들여와 펑펑 썼던 것이다. 또한 사회 곳곳에 부패가 만연하여 각종 인ㆍ허가, 운전면허시험, 심지어 병원진료에서도 돈 봉투(파켈라키)를 찔러 넣지 않으면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스 파탄의 주범은 탈세와 뇌물이었던 것 같다. 유명한 4.4.2 법칙이란 게 있는데, 내야할 세금의 40%를 공무원에게 뇌물로 주면 20%만 세금으로 내고 나머지 40%는 탈세를 해서 챙긴다는 것이다. 정말로 그랬다면 나라 곳간이 온전할 리가 없다. 그리스엔 관광자원 말고는 생산기반시설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 그마저도 돈 되는 것이라고는, 외채를 빌려준 다른 나라의 채권자들 손에 거의 다 넘어갔다고 한다.
이제 그리스인들은 “어떤 자격을 가졌든 일할 곳이 없다”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 세상에 누구도 세금을 달가워하지는 않지만 워렌 버핏은 “나 같은 부자에게 세금을 많이 매겨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재정적인 이유로 사회안전망이 무너져 혼란에 빠지면 세금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전 재산이 위태롭게 된다는 의식에서 터득한 지혜의 발단이고 결단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많은 기업이 도산되는 과정에서 채무가 많은 기업들이 헐값에 국제 투기자본에 넘어간 뼈아픈 경험을 했다.
선거 때마다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를 지향하는 캐치프레이즈들이 등장하지만 그 실효성이 의심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정치와 선거 현장은 현기증이 날만큼 어수선하고 혼란스럽다.
일찍이 간디는 ‘사회에서의 7가지 악덕(惡德)’으로 ①원칙이 실종된 정치, ②도덕이 결여된 경제, ③불로소득으로 이룬 부(富), ④인격을 존중하지 않는 교육, ⑤인간성을 도외시한 과학, ⑥윤리가 실종된 쾌락, ⑦헌신하지 않는 신앙을 주창했다. 그리고 흐루시초프는 “정치인이란 시냇물이 없는 마을에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공약(空約)하는 사람이다”고 했다.
정치인들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말들이다. 지금 정치인들은 어떤 화법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는지, 그 내면에 깔린 의도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국민이 주인이라고 제아무리 외쳐본들 그건 매뉴얼에 있는 이론상 그럴 뿐, 정치소비자로서의 국민은 현실적으로 하위 존재로 치부되고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깨어 있는 유권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학자 라인홀드 니이버((Reinhold Niebuhr)는 인간 사회의 현상을『도덕적인 개인과 비도덕적인 사회(Moral Man, Immoral Society)』라고 규명했다. 개개인은 도덕적일지 몰라도 집단의 일원으로서는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기 쉽다는 것이다. 선거에 참여하는 개개인도 마찬가지다. 흔들리는 지성으로는 국가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철학과 비전을 바로 세우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지향해 나가면 국가의 영속성도 기꺼이 보장된다고 본다. 국민 모두가 대국적인 견지에서 극기복례의 자세와 ‘오월동주’와 같은 신념을 갖고 정치와 선거에 참여하길 간절히 바란다.
박 희 선 고양시일산동구선관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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