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UN GCF 사무국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이사회의 지시를 이행하는 행정기구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더욱이 사무국을 유치한 것을 마치 인천이 GCF를 운영하는 것으로 과도한 기대를 하거나 개입하려는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 사무국이 인천에 있는 것만으로는 전 세계의 환경정책과 환경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송도국제도시에 선도적인 친환경도시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 동시에 녹색산업과 관련한 인력, 기술, 정보, 자금이 모이는 장소로 특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UN GCF의 시작과 끝 ‘환경’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UN GCF 사무국을 유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천 전역이 들썩거렸다. 반갑고 환영해야 할 일인 것은 틀림없지만, UN GCF의 본질적인 성격과는 동떨어진 경제유발 효과에 관심이 집중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 또한 쏟아져 나왔다.
UN GCF 사무국 유치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연간 1천900억원에 이르고 인천의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게 된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인천은 UN GCF의 취지와 역할에 걸맞은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았다. 인천의 환경 수준을 높이는 기회이자 평가 무대에 오른 것으로 봐야 한다.
인천은 서울, 경기, 인천지역의 2천500만 명이 버리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901만㎡ 규모의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가 있고 영흥화력발전, 포스코파워 등 서울 전력소비량의 65%를 공급하는 발전소와 수도권 전력소비량의 80%를 공급하는 LNG 기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인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다른 도시보다 많고 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인천 전체 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인천의 자랑거리인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의 경우 항공기와 선박이 오가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인천은 항상 대기오염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인천지역 환경 전문가들은 UN GCF 사무국 유치를 계기로 인천이 녹색도시로 나아가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제로 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온실가스 저감방안 마련 및 적응방안을 모색하는데 행정력을 모을 수 있도록 조직개편을 하거나 특별기구를 구성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인천을 탄소 제로도시, 녹색도시로서 한층 수준을 높이려면 인천시민의 적극적인 동참과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인천은 단순히 UN GCF 사무국을 유치한 도시가 아니라 세계기후변화의 모범도시가 되도록 도시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과 산업이 어우러진 녹색산업 선점
인천은 UN GCF가 성공적으로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각종 환경 정보 교류의 장이자 공동연구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기, 수질, 폐기물, 신재생에너지, 기후변화 등 환경과 산업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학계와 산업계가 힘을 모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6~8일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에서는 열린 ‘제2회 아시아환경에너지심포지엄(A.NERGY2012)’에서도 네팔, 파키스탄, 베트남, 필리핀, 대만,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14개 국가의 학계 및 산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아시아 개발도상국 간 공동연구개발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인천은 인천대 등 지역대학을 활용해 앞으로 아시아권 환경교육의 수준을 높이고 인재를 발굴·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임무를 맡았다.
또 아시아 개도국들은 인천을 중심으로 GCF를 대비한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녹색사업 아이템을 축적해 나가기로 했다. 향후 GCF 사무국이 정식으로 출범한 뒤 본격적으로 지원사업에 나서면 공동 연구사업 개발 및 정보 교류를 바탕으로 개도국 지원사업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희관 아시아환경에너지연구원장은 “GCF를 기반으로 한 녹색산업의 성장을 이끌어가려면 학계와 기업의 공동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각국의 지역주민과 환경산업체들이 실질적인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인천대학교, 인천중소기업청, 인천시 등이 다양한 논의를 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제홍·김미경기자 kmk@kyeonggi.com
<인터뷰> 한태일 인천시 환경녹지국장 인터뷰>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에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한태일 인천시 환경녹지국장은 “UN GCF 사무국이 차질없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후속조치에 온 힘을 쏟고 있다”며 “인천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세우면서 꼼꼼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UN GCF 사무국을 유치하기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한 해였다.
올 한해 동안은 머릿속의 99%가 GCF로 꽉 찼던 것 같다.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앞만 보고 왔지만, UN GCF 사무국을 유치해냈다는 보람이 더욱 크다. 지난 4~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사무국 유치 도시로 만장일치 인준을 받았다. GCF 이사회는 인천의 GCF 유치를 축하하고 GCF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준비해줄 것을 당부했다. 전 세계의 기대가 인천으로 모이는 것을 체감했다.
-앞으로 인천시의 역할이나 임무가 더 막중해질 텐데 준비과정은 어떤가.
총회에서 내년 하반기께 GCF 사무국이 인천 송도에서 발족하고 2014년 1월 정식 출범하는 과정을 거치기로 결정됐다. 인천은 GCF 사무국이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 교통, 의료, 통신, 노무, 교육, 금융, 비자, 문화생활 등을 안내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송도에 글로벌 서비스센터나 국제어린이집, 국제병원 등을 운영하면서 정주 인원을 대상으로 생활상담이나 노무·법률·세무 등 전문상담을 병행할 예정이다.
-인천은 이제 녹색도시로 앞서나가야 하는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녹색도시로서의 인천,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인천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녹색도시가 될 수 있도록 저탄소·녹색성장 방침을 재정비해 온실가스 감축, 신재생에너지 확충 등 기후변화 대응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지속 가능 발전보고서 등을 준비하면서 친환경도시로서의 토대를 갖춰나가고 친환경 에너지 건축물을 설계하거나 송도국제도시에 생명의 숲을 조성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남북이 공동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천과 산림청, 아시아 산림협력기구와 협력해 북측에 숲을 만드는 대북조림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녹색성장기구(GGGI)와 세계은행 한국사무소를 반드시 인천 송도에 유치해 녹색 축을 이루고자 한다.
김미경기자 km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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