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자신의 목표를 아들 초원의 ‘마라톤 서브쓰리 달성’으로 정하고 아들의 훈련에 매진한다. 전직 유명 마라토너 코치를 만나서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가지만, 초원은 대회 때마다 속도조절의 실패로 지쳐 쓰러지곤 한다. 그 때 출발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앞서 달리는 초원에게 코치는 “초원아, 천천히! 천천히!”라고 외친다. 결국 초원은 초반의 속도조절에 성공하여 42.195km를 2시간57분7초에 완주하며 서브쓰리를 달성한다.
교육은 마라톤 경기에 비유할 수 있다. 교육은 초반에 성적이 향상되고 좋은 학교에 입학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학부모들이 초반에 다른 자녀보다 앞서기 위해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천천히! 천천히!”가 아니라 “빨리! 빨리!”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대부분의 사교육이 선행학습으로 이루어지는데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 진도에 앞서 1개월 이상, 또는 학기와 학년을 뛰어 넘어 교과과정을 미리 배우는 선행학습이 자녀의 성적향상이나 상급학교 진학에 도움이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70%가 넘는 학생들이 선행학습에 참여해 연간 20조1천억 원의 사교육비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02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선행학습 효과에 관한 연구’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성적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은 인지발달 단계에 맞게 적합한 시기에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관심이나 호기심에서 개인 스스로 하는 예습이나 선행학습을 넘어, 학원이나 교습소 등 각종 사교육 기관이 제공하는 선행학습은 다음과 같은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첫째, 미리 배우고 학교에서 다시 반복해 공부하면 시험에 더 유리할 거라는 기대감에서 출발하지만,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은 이미 배웠기 때문에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학습에 대한 흥미를 상실한다.
둘째, 다른 애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 상위 학년에서 해야 할 어려운 내용을 미리 학습하다 보니, 공부는 어려운 것, 지겨운 것, 혼자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만 생기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셋째, 다인수 학급에서 학생들의 개인차는 엄연히 존재한다. 여기에 선행학습을 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차이가 더해지면 교사가 수업을 할 때 혼란을 겪게 돼 수업이 더 어려워진다.
에빙하우스에 따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소하는 인간의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영구히 보존하기 위해 망각곡선의 주기에 따라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반복이 중요하다고 한다. 학습이란 배우고 익힌다는 말 그대로, 배우기만 하고 익히는 과정이 없으면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선행학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배우는 단원에 대해 보충하거나 깊은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 종 민 성남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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