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이 끝났다. 1년, 아니 3년 동안 우리 아이들은 어떤 일도, 어떤 실수도 용납돼서는 안되는 수능시험을 끝내고 희비가 엇갈리는 점수를 받았다.
수능시험은 전국의 66만8천여명의 고등학생이 선택이 아닌 인생의 필수 코스로써 거쳐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시험을 보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앞으로 수능시험을 봐야하는 후배들에게도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니 그 긴장과 암담함의 감염은 언제 끝날지 모를 일이다.
수능방식이 바뀌어도, 사교육 없애기 운동이 공감대를 형성해도, 반값 등록금 공약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을 줄인다 해도 대학입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교육현장의 열병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인은 되지 못한다.
이같은 현실은 지난해 민주당 김춘진 국회의원실과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이 발표한 ‘2010∼2011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 비교 및 분석’ 결과로 입증된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 중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부문이 ‘단과 전문 학원’의 증가이다. 단과 학원은 2010년 31.3%에서 2011년 51.9%로 증가했고 개인과외 업체도 2008년 6만1천104개에서 2011년 8만8천362개로 증가했다.
사교육 팽창에 매몰된 교육현실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감소하고 대학정원도 줄어들고 있지만 사교육을 통한 학교 밖 교육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다수 학생의 집단 사교육에서 개별적인 사교육을 선호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될 수 있다.
사교육 시장이 모바일과 인터넷 기반에 편승해 다양한 형태로 계속 확대되는 현실에서 소비자는 마땅히 강의의 품질과 가격, 나아가 교육상품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고 있는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초·중·고교생이 주요 대상인 인터넷 강의나 학습지를 통한 교육방식의 부실과 문제점은 매일 소비자상담 전화에 쏟아내는 불만의 목소리들이 생생하게 대변해 준다.
관인학원은 교육청의 관리를 받고 있어 나은 편이지만 최근 방문판매나 인터넷사이트를 통한 1대1 교습방식 중에서는 수업내용이 부실하고 시간을 지키지 않고, 평가가 안되는 등 소비자 불만이 크다. 교육 프로그램에 신경 쓰기보다 영업 마케팅 차원에서 학부모에게 접근하다 보니 교육과 무관한 화려한 서비스 상품이 제공되며, 이렇게 제공된 고가의 사은품은 해지시 원상태 대로 반환해야 한다는 공급자 위주의 내용을 나중에 듣고서 시비가 벌어 진다.
학교 교육에 대한 불안감이 이같은 학교 밖 교육을 선호하도록 만드는 현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교육이 대학교육의 질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이 아님에도 우리의 교육현실은 사교육의 팽창에 매몰돼 있다.
소비자 권리 인정받고 있는가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라고 하지만 행정적으로만 그 의미를 갖는다. 학교 밖을 나서면 단지 사교육을 선호하는 소비자로서 대우받기 때문이다. 교육의 소비자인 학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사교육 번창의 동기를 제공하는 주요 요인이고, 학생과 학부모가 특별한 손님으로 대우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사교육시장의 참된 검증과 학부모의 최선의 선택을 지원하고 담보할 제도적 장치는 어디에서 마련돼야 하는지 의문이다.
대학입시의 무게가 덜어지지 않는 한 학교 밖 수업의 소비자권리는 당장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다. 교육이 존재할 틈을 찾기 쉽지 않다.
김 성 숙 인천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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