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업경쟁력은 현대화된 수리시설 확충부터

올해 6월 극심한 가뭄을 겪으며 농업 수리시설의 현대화와 확충이 농업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번 가뭄에서 경기도는 화성, 파주, 연천 등지의 일부 논에 모내기가 지연되었고 밭작물은 말라죽어 다시 파종하는 등 가뭄이 길지 않았음에도 큰 피해를 입었다.

사실, 그동안 정부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을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그러나 아직도 매년 수해나 가뭄에 취약하다. 이번 가뭄에서도 여지없이 농업의 후진성이 드러났다.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에 팔당의 생활 원수를 유입해 농업용수를 활용했고, 하천 지표수와 관정을 긴급 확보해 밤낮없이 관개수로에 물을 퍼 올렸다.

천수답에는 군용 물탱크와 소방차 등을 동원해 물을 공급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가뭄 뒤 발생한 연천지역 집중호우에는 용배수 5개소 유실로 3억원의 피해도 입었다.

경기도내 소재하는 저수지 365개소 중 58%인 211개소가 설치 된지 50년 이상 경과된 저수지이다. 저수지내 퇴적토, 제당침하 및 누수, 여수토 방수로 균열 등 노후로 인한 용수확보 기능저하 및 재해위험이 상존한다. 양배수장, 보관정시설 등도 유지관리 비용 부족으로 시설물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가뭄이나 홍수에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논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관개 용배수로는 도내 약 1만7천㎞중 65%인 1만1천㎞가 흙수로이다. 흙수로는 15~20%의 용수 누수가 발생하고 수초 번성으로 물 흐름이 방해받는 등 물 관리에 비효율적이다.

이 흙수로를 구조물화해 누수율을 5~7%로 낮출 경우 1.6억 톤의 용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도내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의 평균저수량이 260만 톤인 것을 감안하면 저수지 약 61개를 건설하는 효과와 같다.

이처럼 농업생산기반 정비사업은 농업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경기도 역시 2009년도 152억 원, 2010년도 190억 원, 2011년도 89억 원, 2012년도 101억 원 등 매년 35㎞ 정도의 용배수로 구조물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관개용수 절약을 위해 여주 능서면 일대 저수지, 양수장 수문, 보에 물관리 자동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방재정여건의 어려움과 농업생산기반 정비사업이 일정 수준에 이르렀다는 잘못된 인식 등으로 사업이 축소되거나 일몰사업으로 전락하고 있어 매우 우려가 크다. 농업의 근간인 기반시설 확충과 관리비용 축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농업용 저수지, 양배수장, 관개 수로 등 농업생산 기반시설이 미비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나 가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번 가뭄을 비롯해 수차례의 집중호우 등으로 사전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농업기반시설 확충을 단순한 토목사업이 아닌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기초적인 사업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이다.

김 범 진 경기도청 친환경농업과기반조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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