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역사 속 문화예술 인물에 주목하는 수원으로

한 도시의 아름다움은 절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인하여 드러난다. 아무리 아름다운 산과 물도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뛰어난 인물을 만나고 또 그들이 남긴 문화유산이나 족적(足跡)이 있어야 세상에 이름을 알릴 수 있다.

수원문화재단은 20세기 문화예술사에 발자취를 남긴 수원출신 문화예술인의 삶과 작품을 조망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문화예술도시-수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위상을 한껏 올리는데 분명 기여할 것이다.

문화유산이나 작품은 사람을, 그리고 과거를 기억하게 한다. 역사나 과거를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과거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소중히 지난 흔적을 되돌아보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필요하다. 자취가 서려 있는 곳에 표석(標石)을 설치하여 기억의 끈을 현대인들이 놓지 않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랜 역사 속에 국가와 사회를 위해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있으나, 기초자치단체에서 그분들에 대한 재조명 내지 선양을 위한 일은 이제껏 소홀했다. 역사라는 창고에 잠자고 있는 지역의 훌륭한 업적을 남긴 인물을 발굴하여 지역에 드러내는 일은 절실하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근원 없는 물이 없듯이, 시민들의 정신생활에 훌륭한 버팀 기둥이 될 것이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 인물의 삶과 발자취를 통해 이들의 귀감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역사 속 문화예술인물에 눈 돌리는 것은 인문학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시에도 걸맞은 사업이다. 인문학은 말 그대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문화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우리나라 역사는 한 시대가 지나면 그 전날의 인물을 ‘저울질’하는 역사의 붓이 있었다. 인물평을 심하게 하여 인물 됨됨이를 가혹하게 들추기도 하고 사소한 허물이라도 용납하지 않았다. 다만 ‘기술은 해도 짓지는 않는다.’는 뜻을 살렸다.

억지로 공과를 만들지 않았다. 수원시가 조명하고자 하는 문화예술인이 출중하지 않아도 된다. 한 시대 동안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아도 좋다. 오뚝 도드라져 보이지 않아도 된다. 수원출신으로 문화예술에 한 획을 가른 인물로서, 시민 모두의 가슴에 와 닿는 그런 인물이 선정되었으면 좋겠다.

수부도시 수원은 그간 문화예술인물을 보존하는 표징물이 없었다.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베토벤, 로댕 등 예술가들의 무덤이나 집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문화를 관광 상품화하는 외국의 경우와 비교할 때 우리의 문화적인 관심은 ‘전무 하다’는 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 이제라도 역사 속에서 수원출신 문화예술인의 숭고한 얼과 발자취를 오늘에 되살림으로써 창조의 기반을 다져가야 한다.

시대의 흐름은 올라가고 내려가는 추세가 비슷하다. 잘 살펴보면 오늘 벌어진 일이 지난 인물이 일찍이 겪었던 일이다. 그래서 지난 인물이 한 일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문화예술인을 조명하고자 하는 뜻도 여기에 있다. 지나간 역사 앞에서 겸손하고 지난 인물의 경험에서 하나라도 배우고자 하는 마음 씀씀이와 태도가 필요하다. ‘문화예술은 국화꽃이 아니다. 가을 한 철에만 피는 그런 계절의 꽃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유한 전통문화를 호흡하는 습관을 길들여 전천후 문화풍토를 이 땅 위에 수립해야 한다.’ 초대 문화부 이어령 장관이 한 말이다. 꽃이 아무리 아름다워 오래 두고 보고 싶어도 언제 가는 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강하고 부유하며 지배하는 자리에 있다 해도 언제 가는 죽게 마련이다.

수천 년 동안 반추된 말이다. 선정될 수원출신 문화예술인의 ‘이름 석자’는 우리의 사랑이고 수원의 자랑이자 시민의 자긍심이 되어야 한다. 그들의 정신이 시민들에게 이어져 삶의 교훈이 될 때, 문화예술인 조망사업은 뜻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김 훈 동 수원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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