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빛나는 건축

세계 대도시는 유리 고층건물로 빛나고 있다. 유리 외관의 고층건축은 20세기 초 독일 건축가 미스 반 데 로에의 스케치로 시작되었다. 1차 세계대전 후 침체되어 있는 독일인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1920년대 초 두 차례에 걸쳐 크리스털 이미지의 고층건물을 제안하였다. 독일인들은 반짝이는 크리스털에 소원을 빌며 희망을 가졌나 보다. 그러나 미스 반 데 로에는 독일에서는 이루지 못하고 미국 망명 후 1948년 시카고 호수변 고층아파트 설계로 유리 고층건축을 실현했다. 이후 유리건축은 뉴욕을 비롯하여 세계 도시에 퍼져 나갔다.

현대 정보화 사회의 유리건축은 빠른 정보 소통의 상징으로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자주 사용된다. 유리의 투명성은 내 외부 공간의 빠른 교류를 상징하는 최적의 재료이다. 이렇게 건축소재 유리는 기술의 상징에서, 부의 상징으로, 현재는 정보화 사회의 상징 등으로 의미 변천을 하며 애용되어 온다. 공공기관의 투명성도 유리로 상징화되고, 정부 행정기관과 국민의 신속한 소통도 유리건축으로 대변된다. 유명한 사례로는 독일 통일 후 영국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베를린 석조 국회의사당에 대형 유리돔을 설치하여 국회와 국민 간 소통을 상징하는 건물로 개축하였다.

에너지 절약 위한 디자인 규제

또한 런던시청사는 시민들과 소통하는 에너지 절약형 유리청사로 세계 많은 건축인이 답사한다. 마찬가지로 석조의 고건축 보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파리의 역사적 가로에 신축되는 건물이 유리마감인 것을 종종 본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건축가 설계의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이다. 유리의 투명성과 반사성은 신축 건물의 큰 덩어리는 무게감을 감소시켜주고, 외피는 주변건물과 조경을 반사하여 도시의 역사성을 담는 시각적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0년대 유류 파동 때는 유리건물은 혹평을 받고, 일부 비평가들은 비인간적 건축으로 평가절하하였다. 그럼에도 미국은 건축물 외피재료를 규제하거나 하여 건축가의 창작자유를 구속하지 않았다. 에너지 파동 이후에는 더욱 다양한 설계가 쏟아졌고, 건축자재용 유리소재가 연구되고, 더욱 다양한 색상과 단열 성능이 강화된 유리들이 개발되었다. 최근 우리나라 서울시청 외관에 사용된 유리도 미국이 70년대 에너지 파동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한 단열 성능이 강화된 유리를 수입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에너지 사용 절감을 위해 유리외피 사용 면적을 제한하는 규정을 세우고 외관디자인을 규제하고 있다. 에너지절약과 건축가의 자유로운 표현은 동일하게 중요하다. 외관 재료에 대한 규제는 창작 작업의 구속으로 볼 수 있다. 에너지성능 기준만 제시하고 지키도록 유도하면, 더 발전된 다양한 첨단 건축설계가 태동된다. 건축도 이제는 선진형 고부가 산업이 되어야 한다. 세계를 앞서가는 디자인과 기술이 융합해야 할 시점이다.

창의적 건축문화 발전 막아

 

빛나는 건축을 설계한 건축가들을 죄인 취급하기보다는 미스 반 데 로에의 추종자들이 최첨단 기술과 접목하여 새로운 유리건축 설계기술을 개발하여 세계 대도시마다 디자인 기술을 수출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건축설계기술을 첨단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시점이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재료와 디자인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창작의 자유 속에서 새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 첨단 건축설계와 첨단 건축재가 날개를 펴고 세계도시로 뻗어나갈 수 있다.

 

김 혜 정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한국여성건설인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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