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실나무도 감기에 걸린다고요?

갑작스레 가을이 깊어지고 밤낮 온도차가 점점 커지면서 주변의 많은 이들이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 아마도 환절기를 맞아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바이러스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바이러스는 사람이나 동물뿐 아니라, 식물도 괴롭힌다. 식물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어떤 증상을 나타낼까? 사람처럼 기침, 고열과 콧물증상을 나타내지는 않겠지만, 식물체의 잎과 줄기, 열매에 이상한 병 증상을 나타내면서 세력이 약해지고 더 심하면 식물체가 죽기까지 한다.

물론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서 그 증세의 강도는 다르지만 어떤 종류는 식물의 구제역이라 할 만큼 피해가 심해서 특별관리가 필요한 위험한 것도 있다.

과실나무가 바이러스나 바이로이드에 감염되면 과실의 크기가 작아지고 당도도 떨어지는 등 품질이 좋지 않고 맛이 없어질 뿐 아니라, 심하면 과실이 기형이거나 딱딱해져 먹지도 못할 정도라서 농업인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게 된다.

안타깝게도, 감기나 에이즈바이러스처럼 식물의 바이러스나 바이로이드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약제는 미개발 상태다. 최선의 방제법은 바이러스, 바이로이드병에 걸리지 않은 깨끗하고 건강한 묘목을 심어 예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병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나무와 과실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농업 선진국인 미국이나 네덜란드 등에서도 바이러스, 바이로이드가 없는 건강한 무병묘목(virus-free stock) 생산 및 유통시스템을 통해 예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최근 정부를 중심으로 바이러스, 바이로이드 무병묘목 생산 보급시스템이 마련돼 운영 초기단계에 와 있다.

새롭게 과수원을 조성하거나 기존의 병들고 늙은 나무를 바꿔 심고자 한다면 바이러스, 바이로이드병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우량 무독 묘목을 심는 것이 훗날 성공 농사의 기초를 세우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무조건 새로운 품종이 좋을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외국에서 무분별하게 나뭇가지를 가지고 들어와 이리저리 증식시키고 유통시키는 일은 이제는 선진 농업인으로서 절대로 금해야 할 행동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위험성이 매우 높은 수준의 바이러스, 바이로이드병은 현재까지 발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정밀한 검역으로 철저히 막고 있어 안심이긴 하지만, 바이러스라는 것이 다양한 요인으로 돌발적으로 발생되는 것이라 항상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우리나라 과수산업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중앙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우수한 품종들이 개발되고 있어, 머지않아 국산 품종이 세계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때가 올 것이다.

 지금 열심히 기반을 닦고 있는 우리나라 과수우량무병묘목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정착해서 여기에 힘을 보탠다면 세계 과수농업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날이 멀지않은 미래에 성큼 다가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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