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품질 쌀 가공식품, 계약재배로 실현한다

경기도는 경기미 소비확대와 부가가치 증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산업체에서는 수입쌀과 정부미 위주에서 경기미를 이용한 고품질 쌀 가공품 생산을 늘리면서 이에 부응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미를 이용하는 업체의 원료곡 가격부담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전국에 밥쌀용으로 재배되는 품종은 140여종이며 경기도에는 추청벼가 집중적으로 재배되고 있고 경기미를 사용하는 가공업체의 대부분도 대개 400∼500MT/ha의 수확량을 갖는 추청벼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쌀 품종 중에는 600∼700MT/ha 생산이 가능한 다수계(수확량이 많은) 품종이 있다.

대체로 다수계 품종은 추청벼에 비해 밥맛은 떨어지지만 제조와 관능에 영향을 미치는 가공적성에 따라 면류, 떡류, 막걸리 등 가공식품 생산시 가공제품의 특성에 맞는 품종을 이용한다면 가격경쟁력을 높이면서 품질 또한 고급화 할 수 있다.

쌀 가공산업이 발전한 일본의 경우 양조 전용 쌀 품종만 100여종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초다수성 가공용 쌀, 기능성을 함유한 특수미 등 용도별 쌀 품종이 다수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수행한 떡, 쌀국수, 막걸리 등에 대한 벼 품종별 가공적성 연구 결과, 절편은 한아름, 설기떡은 드래찬, 꿀떡은 추청, 쌀국수와 떡볶이의 경우 안다벼가 맛이 좋았다. 막걸리는 일반계 품종에 비해 안다, 드래찬, 보람찬 등 다수계 품종에서 제조나 관능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농가가 수확량이 많으면서 가공에 적합한 쌀을 생산하고 가공업체들이 이 쌀을 이용할 수 있다면 농가들이 생산해 내는 경기미와 이를 이용하는 도내 가공업체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생산농가는 가공용 쌀이 가공 목적 이외에는 판매가 어렵기 때문에 수요처가 확실히 보장될 수 있는 계약재배 방식 등을 통해 원료곡을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시도들이 현장에서도 일부 이뤄지고 있다. 김포의 쌀 생산자 단체인 김포금쌀연구회와 가평에 소재한 막걸리 생산업체인 (주)우리술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간 안다벼라는 다수확 품종으로 계약재배를 추진했다.

초기에는 계약단가, 공급방법, 대금 지급시기 등 생산자와 업체간의 이해관계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2년이라는 시간 속에 상호신뢰가 더해지면서 올해에는 보람찬 품종으로 42ha에 300톤을 목표로 계약재배를 확대 추진해 성공적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위 사례가 말해주는 바와 같이 원료곡 계약재배의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생산자와 업체의 신뢰가 바탕이 되고 계약이 이행되지 못했을 때의 안전장치, 둘째, 계약당사자가 윈윈 할 수 있는 장기적인 수익모델, 셋째, 가공적성이 우수한 품종의 공급과 지역적응성, 넷째, 위생적이고 안전한 가공품 생산 등이 과학적으로 검토되고 충족되는 것이 최선이다.

이제 우리 경기미가 고품질 쌀 가공에서도 발전할 수 있는 시나리오의 한 축이 완성됐다. 용도에 맞는 다수확 쌀 품종을 선택하고 생산농가와 쌀 가공업체가 계약재배를 통해 이를 실현하면 되는 것이다.

조 창 휘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식품가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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