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쭉 서있는 단풍나무 가로수는 자연의 섭리를 잘 알려준다. 여름내 이름 모를 수많은 행인에게 시원한 그늘을 선물하고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시켜준다. 가을에는 고운 빛깔을 뽐내는 단풍의 아름다움으로 눈을 즐겁게 해주고는 겨울이 다가올라치면 걸치고 있던 옷을 훌훌 벗어던진다. 잎은 자기를 키워준 나무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나무가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도록 돕고 흙에 섞여 한줌의 거름으로 기꺼이 희생한다. 우리도 후손에게 자연을 물려줄 때 가을 단풍잎처럼 밑거름이 되는 방법은 없는 걸까!
경기도, 서해4도(풍도, 육도, 국화도, 입파도)는 봄이 되면 온통 들꽃 세상이 된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탓인지 다양한 종의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피어나는 모습이 노루귀와 닮았다하여 이름이 붙여진 노루귀. 사랑스러움이란 꽃말을 간직한 양지꽃. 겸손한 듯 고개를 숙인 할미꽃. 쌓인 눈을 뚫고 나오는 복수초 등이 각자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마음껏 뽐낸다. 자연적으로 오랫동안 고립되었던 섬의 특성상 풍도바람꽃, 풍도대극, 풍도달팽이 등 세계에서 유일한 그들만의 고유한 종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서해4도는 신비로운 자연 모습을 간직한 보물섬인 것이다.
최근 외부에 알려지면서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점차 사람들의 손때가 타기 시작했다. 특히, 들꽃이 활짝 피는 2월과 4월 사이에는 섬 곳곳에 자신만의 들꽃을 눈과 사진에 담으려는 동호회원로 가득하다. 낚시하기 위한 방문객들도 연중 지속적으로 줄을 잇고 있다. 그 이후로 해변 군데군데에 쓰레기가 보이기 시작 했다. 심지어 해변에 나뒹구는 소주병도 보인다. 모두 자연의 큰 혜택을 여태껏 누려온 인간이 자연에게 되갚아준 파렴치한 행위인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8월 8일 풍도에서 자연체험과 정화활동을 하는 ‘경기도, 서해 4도 봉사보물섬 캠프’개최를 시작으로 10월 10일과 11일에 수원역에서 ‘섬, 자연 그리고 환경’이라는 주제로 ‘들꽃 공모전 입상작품’과 함께 ‘서해 4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쓰레기 등으로 오염되고 있는 모습’을 비교한 전시회를 개최했다. 앞으로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도청 그리고 북부청, 의정부 역사, 도의회 등을 순회하며, 보다 많은 시민들이 자연의 신비로움을 감상하고 가꾸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계획이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께서는 ‘인간은 모름지기 자연의 이자로만 삶을 꾸려야 한다’며 이를 몸소 실천하셨다고 한다. 또한, 환경생태학자들은 ‘생물 다양성이 자연에 저축된 자본이고, 인간은 이것을 대출해서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두 자연의 소중함을 중요시한 말이다. 흔히 ‘자연스럽다’는 말과 같이 좋은 의미로 즐겨 쓰는 말이 없다. 그만큼 자연의 소중함이 우리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낱 작은 나뭇잎에 불과하지만 후손들의 번창을 위하여 기꺼이 밑 걸음으로 돌아가듯이 우리도 아름다운 자연을 온전히 보전하여 후손 에게 길이 물려주려는 희생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최영남 경기도청 환경정책과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