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멀리 단풍 명산을 찾지 않더라도 길가 가로수 잎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을을 느낀다. 각박하게 살아가는 도시민들에게 도심의 가로수는 시민과 같이 호흡하며 쾌적함과 결실의 아름다움까지 제공해 주기에 더욱 정겹게만 느껴진다.
수원시의 명산인 광교산을 가기 위해서는 장안구에 소재한 수원보훈지청 앞 조원로를 지나게 된다. 그런데 그 길의 가로수가 참나무란 걸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자세히 보면 참나무 가로수 30주가 좌우로 나란히 서 있다.
최근들어서는 어두워질 무렵이면 육칠십대 어르신 몇 분이 나무를 두드리고 인도에서 뭔가를 주워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보통 이맘때면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된 도로변에서 시민들이 은행을 줍는 광경은 흔히 볼 수 있지만, 도토리를 줍는다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조원로에 식재된 참나무 가로수는 지금부터 15년전인 1996년 한창 수도권에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수원의 인근지역에 택지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흔히 개발지구내 야산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참나무(신갈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는 잘려나가고 없애버리는 천덕구러기에 불과한 값어치 없는 나무에 불과했다.
그렇게 보잘 것 없는 참나무를 조경수로 착안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산에 가면 지천으로 많은 나무를 왜 가로수로 심으려 하느냐”는 반문도 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그렇게 해서 식재된 참나무는 다행이 한그루도 손실되지 않고 현재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역시 우리의 향토수종인 만큼 우리의 기후와 잘 어울리나 보다.
참나무는 쓰임새가 많아 유용한 나무라는 뜻이며, 이 속(屬)에 속하는 나무는 모두 도토리라고 불리는 표면이 딱딱한 열매를 생산하므로 ‘도토리나무’라고도 불린다.
참나무는 과거 땔감으로 인기가 높았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토사유실 예방과 산사태를 막아주는 역할도 도맡았다. 지금도 다양하게 활용되기는 마찬가지다. 술통을 만드는 재료로 유명하며 표고버섯 생산을 위한 표고자목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식감을 더해주기 때문에 고기를 굽는 숯으로도 인기다. 건강식으로 만들어 먹는 도토리묵은 새삼 얘기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더해 도심거리에 도토리가 떨어지는 조경수로까지 활용된다하니 참나무는 없어서는 안 될 우리의 소중한 자산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향토수종이 가로수로 더 많이 식재되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이 길을 지나 광교산을 오른다.
차선식 수원시 장안구 녹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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