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진짜야? 가짜야?”
우리는 이러한 물음을 쉽게 한다. 미술작품을 진짜, 가짜로 나누어 보는 데에 익숙하고 간단히 두 개로 나누어야 간결하여 이해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이 음과 양으로, 선과 악으로 명쾌하게 구분될 수 없듯이 진위의 문제 역시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리의 전통시대 곧 전근대시기에는 고미술품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화의 진위문제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감정학이 발달한 중국에서는 위작도 훌륭하면 대략 ⅓의 값을 쳐주기도 하고 일본인들은 위작임을 알면서 감상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진위에 대단히 민감하여 위작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감정학은 발달하지 않았지만 진짜와 가짜에는 민감한 기묘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진짜라면 ‘오직’ 하나 만이 있어야 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술시장에서 판화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원인이 이처럼 진짜와 가짜에 민감한 특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우리 옛 그림 가운데 여러 개의 작품으로 제작되는 경우를 계회도(契會圖)와 초상화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계(契)는 요즘처럼 서민들이 치부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일종의 적금과도 같은 것이 아니고 같은 해에 과거에 급제한 사람들끼리 우애를 돈독히 하기 위한 모임이거나 같은 해에 태어난 이들의 친목을 위한 모임일 경우가 많다.
결코 간단하지 않은 진위 구분
대개 매년 봄과 가을에 두 차례 정도의 모임을 갖는데 화가들도 참석해서 모임의 기록화를 제작하였다. 계회도는 계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수효대로 그려 참석한 사람들이 각기 나누어 가졌고 각 가문은 영예로이 보관하였기에, 같은 그림이 여러 개이고 그 그림들은 모두 당연히 진짜다. 계회도는 ‘진품’이 여러 장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초상화의 제작은 국가가 해당 인물의 인품과 덕망을 기리거나 국가에의 기여를 표창하기 위하여 또는 초상화 주인공의 후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후손들에 의하여 제작되는 초상화는 대개 형제의 수효만큼 제작되곤 하여, 큰집과 작은 집에 초상이 여러 점 있게 된다. 이럴 경우도 물론 모두 진짜이다.
10여년 전에 ‘평양 ○○미술관의 진열장에 있었던 작품’이라거나 ‘인민무력부 ○○○의 보증서가 첨부된 물건’ 등 믿거나 말거나 식의 유래를 가진 물건들이 대량으로 들어온 적이 있었다. 사실 거창한 유래를 내세울수록 대개 가짜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대개’라 한 것은 그 가운데 진품이 있을지 모르지만 필자는 아직 그런 물건들 속에서 진품을 보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북한과 중국은 이른바 ‘사회주의 리얼리즘(socialist realism)’이라는 원칙 아래에 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그림에 반영될 경우에는 추상이나 상징을 배제한, 인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실적 그림으로 그려지곤 한다. ‘평양 ○○미술관의 진열장에 있었던 물건’을 가져왔다고 하는 것은 대개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기반을 둔 정교한 솜씨로 진작을 똑같이 모사한 그림을 가져온 경우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냥 파는 물건인데 똑같아 보이니 이 물건을 사와서 진짜를 가져온 양 사기치며 장사하려는 사람들이 잘못이고 이에 속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이다.
제대로 된 안목 갖기… 어려운 일
제대로 된 안목을 가지려면 아마도 중국 당나라 때 초서의 대가인 손과정(孫過庭)이 ‘서보(書譜)’에서 말한 ‘인서구로(人書俱老)’, 즉 사람과 글씨가 모두 늙는 때에 이를 것이다. 그만큼 고미술품에 대한 안목을 갖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김상엽 건국대 연구교수·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