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처럼 지독히도 무더웠던 날씨가 어느새 창문을 닫고 잘 정도로 서늘해졌다. 그대로 멈출 것만 같던 이 여름도 시간이 지나가면 흘러가는 시간 선상에서의 어느 점에 불과할 것이다.
서늘해진 그 시간, 때마침 런던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지난 올림픽은 드라마틱한 사건들로 영원과 찰나가 넘나드는 시간들이었다. 수영 오심판정과 번복결정이 내려지기까지 그 기다림의 시간은 피를 말리는 마치 영원과 같은 시간이었다. 펜싱경기에서 1초라는 찰나 속에 어이없이 뒤바뀐 승패는 올림픽을 위해 4년을 준비한 선수와 온 국민에게 분노와 좌절을 주었다.
영원과 찰나! 이 모순되고 상반된 명제들은 우리 인생을 시시각각 넘나든다. 영원할 것 같던 시간들은 희미해진 기억으로 남아 ‘그것은 꿈이었을까?’라고 생각되는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하며, 찰나와 같은 1초는 예기치 않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인생에서 극단적이며 드라마틱한 일들을 겪으면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일하고 여행을 준비하고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일상을 소소하게 즐긴다.
신기루같은 영원에 대한 갈구보다는 순간을 영원처럼 살아간다. 대지를 태울 것 같던 폭염도 올림픽의 부당함도 견디며 담담하게 흔들림없이 살아낸다. 개인적인 수많은 서사를 겪으면서도 사람들은 의연하게 다시 일어선다. 때문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연대감과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Carpe diem)’ 라는 유명한 시구를 남겼다. 유한한 인생을 영원처럼 살라는 현자의 지혜에서 나온 말이다.
찰나를 영원처럼 살아가는 것! 날씨와 올림픽이 같은 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국진 칼럼니스트 의정부문화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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