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올림픽을 마무리하며

올 여름은 무난히도 더웠다. 열대야가 10일 이상 지속되고, 폭염경보까지 발령됐다. 그래도 그 더운 여름날을 버티게 해줬던 것이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선전이 아니었나 한다. 밤잠을 설치고, 더위에 눌리고 피곤에 겨워도 우리 선수들이 한계에 도전하며 성공을 일궈내는 것을 보며, 우리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필자 역시도 무더운 여름밤 기쁨을 전해줬던 우리 선수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한 올림픽을 통해 우리의 성장한 국가경쟁력과 국민우수성을 다시 한 번 알릴 수 있었다. 영토와 인구수에서 중국, 미국, 러시아에 수십배 뒤지는 국가, 불과 50여년 전에는 그들의 원조를 받아야 했던 국가,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늘 위협받고 그나마도 둘로 나뉘어 있는 나라, 천연자원도 넉넉히 못 갖고 있는 나라, 그 나라가 전 세계인들의 축제에서 당당히 5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한계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수영, 체조에서조차도 이제 우리가 메달을 딸 수 있는 명실상부한 스포츠강국이 됐다. 축구는 올림픽대회 3위라는 쾌거를 이뤘으며, 마지막 경기를 할 때에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또 한 번 붉은 물결이 출렁이기도 했다. 우리 국민의 뜨거운 열정과 단합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 마음에 새겨

이제 스포츠축제는 끝났다.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됐다. 그러나 이럴 때 쯤이면 많은 사람들이 현실부적응의 후유증을 앓게 된다.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보이고, 현실은 너무도 진부하다. 허탈감과 공허감이 자리잡게 되고,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또 다른 자극적인 대상을 찾게 되기 마련이다. 야구와 프리미어리그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때에 올림픽이 단지 스포츠축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에 도전했던 아름다운 선수들을 마음에 새기고, 우리 자신의 가슴 속에도 그렇게 뜨거운 열정이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 뒤에는 한 찰나를 위해 수년간 피땀을 흘린 그들의 노고가 있기 마련이다.

사격의 메달리스트 진종오는 두 번의 쇄골부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상의 슬럼프를 재도약의 계기로 삼았다. 유도의 김재범 선수는 인대가 끊어지고, 어깨가 탈구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죽기 아니면 살기’로도 부족해 ‘죽기로 한다’는 불굴의 의지로 세계 최고에 우뚝 섰다. 송대남 역시 무릎부상과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어려운 역경에서도 체급을 올리는 극단의 결정을 하며 투혼을 불살라 최고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 ‘나보다 더 땀을 많이 흘린 사람이 있다면 메달을 가져가도 좋다’는 레슬링의 김현우,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연습했다’는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 모두 우리에게는 훌륭한 스승이었다.

각자의 분야서 최선 다해야 할 때

우리는 메달을 따는 선수의 선전에 열광하지만, 그 배후에 숨은 피와 땀은 제대로 읽기 어렵다. 비록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주었던 선수들의 노고 또한 마찬가지이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혼전을 다했던 장미란 선수도 그러했고, 핸드볼, 농구, 하키선수들 그리고 그밖에 모든 선수들이 그러했다. 부상과 가난, 슬럼프 등 온갖 역경 속에서도 세계 최고를 향한 집념과 불굴의 의지를 불살러 줬던 선수들. 그들이 흘렸던 땀을 이제 우리 마음 속에 새겨야 할 때이다. 그들에게 단지 박수를 쳐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자기 분야의 선수가 되어 각자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차례이다. 올림픽은 비단 스포츠에만 있지 않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대표선수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할 때, 대한민국은 스포츠를 넘어 모든 분야에서 세계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이재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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