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올림픽 폐막식에 가려진 水害 방송

우리나라 시간으로 13일 아침. 16일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었던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끝났다. 우리나라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 5위에 오르며, 서울 올림픽에 올린 성적에 이은 두 번째로 높은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정말 멋진 쾌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폭염에 지친 우리 국민에게는 속 시원한 소식이자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폐막식을 동시 중계한 공중파 3사(KBS MBC SBS)에게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들 방송 3사는 런던 올림픽이 우리 국민에게 준 속 시원한 소식을 전하기 위함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방송 3사가 동시에 폐막식 생중계를 함께 내보내야 했는가는 의문이다. 이날 아침 YTN이라든지 올림픽 중계권이 없던 방송사들은 뉴스 시간을 통해 그 시간, 전북 군산지역은 도심지역 전부가 침수되었고, 충남 태안지역도 유례가 없는 폭우가 쏟아져서 주민이 대피하는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는 보도를 계속 내보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내린 폭우로 차가 침수돼 차를 버리고 떠나는 사람 인터뷰까지 내보내며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과연 이 시간에 공영방송이라는 KBS는 물론이고, MBC와 SBS까지도 한가롭게(?) 런던 올림픽 폐막식 생중계를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 정당한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틀림없이 그 중계가 필요했다면, KBS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대표방송이라며, 공중파 두 개의 채널을 가지고 있다. 정말 올림픽 폐막식을 생중계하고 싶었다면, KBS2 TV를 통해 다른 방송을 중단하고 생방송으로 내보내고, 비관련 소식을 긴급 속보 형식으로 KBS1에서 방송했으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 단순한 소시민의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KBS1 TV는 평소 재난방송이라고 자체 광고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서 이런 국가적 상황을 외면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비가 계속 내리고, 계속되는 피해가 우려된다면 현장 상황을 신속히 전하면서 주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입장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과연 내 생각이 틀린 것인가?

보통 아침방송이라는 것이 소프트한 내용 중심이기에, 재난방송으로 대체한다면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덧붙여서 기우의 한마디를 한다면, 혹시 이번 충남 태안이나 전북 군산에서와 같은 집중호우가 서울지역에 쏟아졌다고 해도 한가롭게 올림픽 폐막식만 준비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래서 방송이 지방을 홀대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된다. 개인적으로는 방송이 지방을 홀대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싶다. 하지만, 서울지역에 이러한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어도 그냥 올림픽 폐막식 중계만 하고 있었을까?

정말 다행인 것은 오전 8시 반 무렵부터 비 피해지역의 호우경보와 호우주의보 등이 해제되어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상청의 발표가 있어서 다행이다. 만약, 폭우가 더 계속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 우리는 아직도 재난에 대해 모호하게 대응하면서 피해를 더 키우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방송사는 물론이고, 공직사회도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자세를 달리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지방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중앙정부와 중앙방송, 언론사가 소홀히 한 것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 태 환 경기도의원(민·의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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