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생은 변하지 않는 시대적 보석

무슨 바람 탓인지 최근 다시 상생(相生)이 화두다. 무한경쟁 시대에 있어서 상생의 불모지 일 것 같은 자본사회 정계와 재계에서 불어오는 상생바람이 따뜻하기까지 하다.

지난 3월 열린 2012서울핵안보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은 전 인류와 함께 상생의 평화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발전차원에서는 지역 간 쌍방향의 소통을 강조한 상생포럼이 지난 5월 대통력직속 지역발전위원회내 새롭게 창립됐다. 2010년에는 대·중소기업 간 새로운 형태의 기업생태계 구축과 상생을 강조하는 동반성장에 관한 일명 상생법이 제정되고,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양극화 해결을 위한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됐다.

유무상생(有無相生). 있음과 없음이 서로 존재한다는 상생의 원리를 노자는 도덕경 제2장에서 이미 전하고 있다. 만물이 존재하는 세상은 어차피 상대적일 수밖에 없으니, 흑백과 같은 이분법적 사고보다 주체 간의 화합을 강조한 사상이다. 예나 지금이나 몇 천 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노자가 명시한 공존의 대화합이라는 상생의 기본이념에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와 기업은 상생정책을 보여주기 식으로 여겨온 면이 있다. 우리 주변을 보면 연인끼리, 가족끼리도 화합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하물며 지역과 기업 그리고 국가 간의 화합이 몇 가지 단기적 과제로 해결될 리 만무하다.

균형발전을 위시한 지역 퍼주기 정책, 자국안보를 위한 국가연합체제 형성, 공동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수많은 정책기구 창설 등은 모두 다 같이 잘 살기 위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단기적인 재정지원과 국가 안정관계 유지만으로 대화합이라는 상생의 기본이념을 실천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또한 국가 간의 상생을 도모하고 세계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의 이면에 존재하는 한일 양국 간 독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문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후 불안정한 북한의 정치·경제적 위기가 한반도에 미칠 문제, 중국과 대만간의 연안문제 등 우리는 이미 현실에 직면해 있는 국가적 위기 사안에 불안해진다.

조급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수동적이지 않은 여유롭고 적극적인 상생의 원칙을 새로운 사회질서의 기틀로 마련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지난 6월 4일 서울시·인천시·경기도가 공동으로 발표한 ‘수도권 3개 시·도가 나아갈 지역상생발전 선언’과 수도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내 ‘상생협력위원회’ 신설은 그 의미가 크다. 바로 지역적 이해를 넘어 협력과 참여로 대변되는 상생 매커니즘 탄생의 첫 받을 내딛은 것이다.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관련해 시·도의 경계를 넘어서는 광역현안에 대한 효율적인 업무처리 체계 구축과 수도권과 다른 지역 상호간 갈등과 대립을 치유하여 더불어 함께하는 상생발전으로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기 위한 조치이다.

수천 년 전부터 회자되어 온 보석과도 같은 상생 정신의 모범이 되도록, 앞으로 수도권은 상생발전 선언을 발판삼아 지역 간의 갈등을 치유하는 방안 마련에 경주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상생바람이 정권교체를 앞두고 잠시 스치는 단기적 이슈로 평가절하 되지 않기 위해, 차기 정계와 재계는 상생정신을 정책기조에 오랫동안 새기고 담을 수 있는 크고 아름다운 그릇을 준비했으며 하는 바람이다.

유 현 아 수도권광역경제발전위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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