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소유했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은 빈곤층을 의미하는 ‘하우스 푸어’가 최근 많이 듣는 경제 용어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기 집을 소유하지 못한 가구의 비중도 크고 개인 자산의 70%를 부동산이 차지하는 특이한 국가이므로, 하우스 푸어가 글자 그대로의 빈곤층이라기보다는 집값에 비교한 소득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위기의 중산층’을 지칭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최근 주택을 가진 직장인들을 조사하니 이들의 반이 자신을 하우스 푸어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이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하우스 푸어는 매월 소득의 21%를 대출 이자 및 원금상환으로 쓰고 있고, 서울의 경우는 이 비율이 28%나 된다고 한다. 소득의 첫째나 둘째 비중이 집 구매에 대한 이자로 다 쓰는 셈이니 이들에게는 집이 재산 목록 1위가 아니고 고통 목록 1위인 실정이다.
하우스 푸어는 우리 경제에 다양한 위협을 주고 있다. 먼저 은퇴 후 별다른 소득 없이 집을 보유하고 있는 실버 세대에 대한 위협이다. 2005~2007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을 때 6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의 54%를 50세 이상의 장년·노년층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가 이제 은퇴하여 고정적인 수입이 줄었고, 집값이 오르면 되팔아 차액을 남길 요량으로 능력보다 과도한 대출을 받거나 일시 상환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 중 상당수가 깡통 아파트의 위협을 받고 있다.
경제에 다양한 위협 주는 하우스푸어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하우스 푸어가 고통의 원인인 집을 파는 일로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즉, 집값은 몇 년째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전세금은 40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지만, 부동산 거래가 실종상태이므로 집을 파는 일로 하우스 푸어들의 고통이 해결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에는 재건축이나 신도시 조성으로 아파트가 대량 공급되는 지역에서는 꿈에 그리던 자기 집에 입주하는 순간부터 하우스 푸어가 수천명씩 집단으로 만들어지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완공된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3천3백세대 아파트단지의 경우 아파트 입주 예정자 1천여 세대가 입주를 거부한 채 건설사와 은행을 상대로 계약 해지와 대출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이다. 남양주의 별내신도시 등을 포함한 50여 단지가 비슷한 실정이다.
하우스 푸어는 전세금 상승의 원인도 되고 있다. 3~4년 전 대단위 입주를 하였던 서울 잠실, 용인 수지 등에서는 입주 시기에는 대출과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하우스 푸어들이 당시의 많은 전세 물량 때문에 싸게 전세를 주었다가 2년이 지난 전세 갱신기간에는 전세금을 50% 정도씩이나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 마련해야
하우스 푸어는 능력을 넘어선 개인의 욕심이라고 무시하기에는 전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추락하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미국의 하우스 푸어들로 시작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었고, 일본의 장기적 침체도 부동산 자산의 가치 하락과 일반 가구들의 소비력 감소가 연계되었음을 상기하면 하우스 푸어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부담금 부과 중지 등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고려하고 있지만, 취득세 감면, 보금자리주택 임대공급 전면 허용, 양도세 중과세 폐지, 리모델링 수직 증축 허용 등은 아직 정치권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이 부재인 실정이다. 어떤 정책들이 더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정책의 방향은 명확하다. 즉, 2000년도 중반 같은 집값의 과도한 상승은 막아야 하지만, 거래가 전혀 안 돼 부담이 되는 부동산을 처분할 수 없어 하우스 푸어를 팔고 싶은 자신의 집에 묶어두는 지금 같은 결박 구조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희상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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