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국민이 거주하는 경인지역에는 모순되게도 지상파 TV 방송사가 존재하지 않았다. 1997년 10월 iTV가 경인지역 최초로 지역의 여론을 대변하는 텔레비전 방송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채 8년이 가지 않아 iTV는 방송사업권이 취소돼 전파송출이 중단됐다.
우여곡절 끝에 2007년 12월 1천200만 경기도민과 300만 인천시민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OBS가 개국했다. 경인지역의 유일한 지상파 TV방송사인 OBS는 지역주민들의 소중한 공적 자산이다.
그런 OBS가 개국한지 채 5년도 안돼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정책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음달 ‘방송광고 결합판매 지원고시’확정에 앞서 내놓은 고시안에서 지상파 방송사 중 유독 OBS에만 불이익을 주고 있다.
첫번째는 미디어렙 지정 문제다. 미디어렙은 방송사의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업체다. 과거 독점 미디어렙인 한국방송광고공사, 즉 코바코는 모든 지상파 방송의 광고를 독점했고, KBS와 MBC, SBS 등 대형 방송사 광고에 중소 방송사의 광고를 묶어서 판매하는 결합판매를 통해 중소 방송사의 수입을 유지시켜왔다.
지난 2008년 헌법재판소는 코바코의 독점 체제에 위헌 결정을 내렸고, 우여곡절 끝에 올 2월 ‘방송광고 판매대행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미디어렙 경쟁체제 도입과 중소방송사에 대한 지원, 그리고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 다양성 확보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미디어렙법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 법에 따라 방송광고판매는 공영 미디어렙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민영인 미디어크리에이트 양대 경쟁체제로 운영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가 미디어렙법 후속 조치로 ‘방송광고 결합판매 지원’ 고시를 제정하면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를 내놓았다. 모든 지상파 방송사는 공영 또는 민영렙에 소속하게 하고, OBS는 전담 렙이 없이 양쪽 광고판매 대행업체에서 광고를 병행 판매하도록 했다.
그 차이는 크다. 공영과 민영 미디어렙은 경쟁관계의 회사로 광고판매 체계나 광고판매 시스템 역시 전혀 연동되지 않는다. OBS는 한 가지 업무를 둘로 나눠서 하게 되므로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또 동일 상품으로 두 개의 미디어렙이 광고시장에 중복판매를 하게됨으로써 시장의 혼란과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OBS는 장기적인 광고 판매전략을 수립하기 힘들고, 양쪽 렙 모두 책임있게 광고판매를 대행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경영악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방통위의 새 광고판매 정책은 어디에서도 기준과 원칙을 찾아볼 수 없다. 힘센 방송사에 대한 눈치보기와 책임회피만이 존재할 뿐이다.
둘째는 방송광고 결합판매 비율 산정 문제다. 방통위의 고시안에는 OBS의 미래가치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역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매출액 증가율을 보면 7~8년 정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OBS 역시 개국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50%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런데 방송위가 고시안을 통해 밝힌 OBS의 결합판매액은 연간 252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총 광고매출액 281억 원 보다도 30억 원 가량 적은 금액이다. 이대로라면 OBS는 적자폭이 더 늘어나 한해 2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
방송사 문을 닫으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본금 1천400억 원은 이미 바닥난지 오래다. 중소방송의 안정적인 경영기반 확충이란 미디어렙법 제정 취지를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방통위는 늦지 않았다. 들끓고 있는 경인 지역사회의 공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합리적이고 균형잡힌 정책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그 길만이 방통위에 덧씌어진 ‘무사안일’, ‘복지부동’의 오명을 스스로 벗는 길이다.
김인평 OBS 경인TV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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