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농식품 시장개방과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

현재 세계경제는 유행처럼 번지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모든 분야에 걸쳐 무역자유화가 진전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범세계적인 지역주의 확산에 대응하면서 국내총생산의 80% 이상에 달하는 대외무역의존도 등 수출주도형 경제구조 속에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FTA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에서 2000년대 들어 다수의 국가들과 FTA 협상을 추진하여 왔다. 이렇게 FTA 대상 국가를 확대해 온 결과 칠레, 아세안, 유럽연합(EU), 미국 등 현재 총 8건(45개국)과 FTA 협정을 타결하고, 발효 중에 있다.

FTA 체결의 결과로 나타날 시장개방의 확대는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전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FTA협정을 통해 시장개방이 확대된다면 이익을 볼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점은 공산품과 달리 농식품 시장개방으로 인한 소비자의 이익에 대한 것이다. FTA가 발효된 이후 농식품 시장개방의 확대는 단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다양하고 값싼 외국산 농식품에 대한 접근기회를 확대해 줄 것으로 기대되므로 소비자들의 후생증진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농식품 시장개방의 확대는 오히려 소비자 후생을 떨어드릴 수 있는 측면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선 농식품은 어느 나라에서나 공산품과 달리 인간생존에 필수적인 먹거리로서 공산품에 비해 보다 더 안정적인 공급이 요구된다. 사회가 발전하고 국민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소비자들은 풍부한 물량자체의 식량제공뿐 아니라 식품안전성에 대한 요구와 관심이 증대하고 있으며, 오히려 최근에는 이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다양하고 값싼 수입 농산물 판매

특히 최근 국제적인 광우병파동이나 수입 농식품로부터 발생한 국민 보건 및 위생 위협사례들로 인해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중이다. 먹거리의 안전성은 생산부터 최종소비까지 이뤄지는 모든 유통과정이 제대로 관리되어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런데 수입산 농식품은 상대적으로 국산 농식품에 비해 이러한 유통과정에 대한 관리가 원천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농식품 무역자유화로 인해 농식품 분야에도 국제경쟁력을 지닌 일부 국가나 지역에 생산이 집중된다면 식량수출의 독과점으로 인해 농식품 가격 상승압력과 세계 식량공급의 불확실성 증대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세계적 차원에서 식량생산의 지리적 집중이 초래되면, 식량생산이 집중된 지역의 이상기후나 병해충 등 생산여건 변화가 발생할 경우 식량공급부족이나 식량가격 폭등으로 인해 우리 국민의 식량안보상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와 같이 대규모로 식량을 수입하는 농식품 수입국 소비자들에게 중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먹거리 안전성·독과점 고려해야

이렇게 농식품 시장개방은 다른 분야와 달리 소비자에게 단기적으로 혜택을 주는 측면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손실을 줄 수 있는 측면이 공존하고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농식품에 관한 한 우리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행위가 필요하다. 소비자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최대한 낮은 가격에 고품질, 안전 농식품에 대한 구매가 요청된다. 이러한 국내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행위는 국내 농식품 생산자들에게 외국산 농식품과 경쟁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최대한 낮은 가격에 고품질의 건강에 좋고 안전한 농식품의 생산과 유통을 촉진시킨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행위가 국내 농식품 산업의 경쟁력 증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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