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우리의 삶과 애환이 녹아 있는 곳이다. 나이 40이 넘은 사람들은 어렸을 때 어머니 손을 잡고 동네 시장을 따라다닌 기억이 많이 날 것이다. 옥수수와 쌀·콩 등으로 만드는 뻥튀기와 펄펄 뛰는 생선, 싱싱한 농산물, 그리고 각종 신발과 옷 등 공산품을 파는 시장은 그야말로 만물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애환이 섞인 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전통시장이 근래 들어 계속 줄어가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SSM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전통시장이 2003년 1천695개에서 2010년 1천517개로 7년새 178개소가 문을 닫은 반면에 같은 기간 동안 SSM은 4배 대형마트는 1.7배가 늘어났다.
전통시장은 주차장, 화장실과 같은 고객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고령화된 상인들의 전래 답습적인 영업기법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끌만한 매력요인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팔고 사는 교환의 장소가 아니다. 서민경제의 터전이자 지역경제의 뿌리로서 서민가계의 안정과 잠재실업의 흡수, 지역 생산품 거래장소 등으로 서민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중앙정부와 지자체, 소비자, 상인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전통시장 활성화에 동참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2004년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시장의 시설현대화와 경영개선 등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1시장·1대학 자매결연사업을 도 특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상권활성화사업, 특성화시장 육성, 온누리상품권 구매 등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책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광역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와 SSM이 의무적으로 휴업을 하는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에 ‘전통시장 큰 장날(할인판매)’ 행사를 시행하여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에게는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함께 제공함으로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전통시장 큰 장날’행사는 지난 4월 22일 31개 시장에서 처음 시작하여 6월에는 55개 시장으로 늘어났으며, 서울시에서도 5월부터 참여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큰 장날’ 행사를 통해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으며, 매출액도 증가하고 있다. 시장경영진흥원과 소상공인진흥원이 공동으로 대형마트와 SSM이 쉬는 5월 27일과 6월 10일 전통시장내 점포와 대형마트 주변의 중소소매업체를 대상으로 고객과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와 SSM이 영업을 하는 전주 일요일에 비하여 매출액은 11.7%~12.4%가 증가하였고, 고객은 7.9%~11.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큰 장날’을 시행하는 경기도의 경우 매출액은 30.2%, 고객은 27.2%가 증가하여 전국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대형마트와 SSM이 서울시 강동구와 송파구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취소’ 소송에서 승리했다. 이를 계기로 휴무일이었던 6월 24일 이 지역에서는 대형마트가 모두 영업을 재개하여 전통시장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는 말이 있다. 이렇게 전통시장이 어려운 여건에 처했을 때 이들과 당당하게 경쟁하여 이겨내려면 살을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과거에 해왔던 안일한 경영 고집을 버리고 현재의 소비행태에 맞는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경영 마케팅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러한 전략을 경기도가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전통시장 큰 장날’을 잘 활용하면 대형마트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심 창 보 경기도 경제정책과 소상공인지원담당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