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Rare Earth Elements). 중국이 희토류 공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전 세계의 뉴스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 등 각종 첨단기기에 쓰이는 희토류 문제는 IT와 자동차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크게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본래는 원소기호 21번 스칸듐, 39번 이트륨, 57번부터 71번까지의 17종의 희귀 금속을 지칭하는 용어다. 희토류란 말 그대로 자연계에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 원소라는 의미이다.
물론 희귀한 것은 그 종류가 무엇이든 사람들의 관심대상이다. 그런데 희토류는 그런 차원을 넘어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수준이 되었다. 이미 중국이 자원과 환경 보호를 이유로 희토류의 생산과 수출을 정부가 통제하자 선진국들은 희토류 수출 제한이 WTO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라며 제소한 상태다.
일본은 희토류 때문에 중국에 백기를 든 바 있다. 2010년 9월 양국이 센카쿠(尖閣)열도영유권을 놓고 분쟁 시 일본 순시선과 충돌한 중국 선장을 그대로 석방해야 하는 굴욕을 당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일본은 EEZ 심해에서 22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대량의 희토류 매장을 확인했다고 크게 보도했다. 서태평양 미나미토리섬(南鳥島) 부근의 해저 5천600m 지점에서 약 680만t의 희토류를 발견했다는 소식이다.
희토류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일본이 부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희토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첨단산업에 불길함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사용되는 네오디뮴의 가격은 2010년에 비해 4배 이상 뛰었고, 액정패널의 연마제에 필수적인 세륨은 t당 2009년 8월에 2천950달러에서 2011년 11월에는 5만1천950달러로 폭등했다. 미국과 호주 등은 자국의 폐광된 광산을 재가동하거나 새로운 생산지를 개발에 나섰다. 정작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대책은 제자리 수준이다.
최근 인천의 중장기산업발전전략을 수립 중인 연구원의 토론회에서 의외의 제안이 나왔다. 토론에 참여한 인천화학㈜의 임원은 우리나라의 희귀금속 정책을 비판했다. 폐기물법 때문에 희토류나 귀중한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법률에 따르면 한번 사용한 광물이나 자원들은 모두 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희토류 관련 원광석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법률을 바꿔 재활용과정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사한 이야기를 10년 후에 다시 듣게 된 것이다. OCI의 전신인 ㈜동양제철화학의 CEO에게 왜 그렇게 많은 폐기물을 모아 놓았던가를 직접 물은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폐기물이라는 표현에도 부정적이었다. 벽돌이나 연탄에 활용하기 위해 달라는 사람도 많았지만, 소다회 처리 후 남아 있는 부산물을 광물자원 등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쌓아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상 폐기물로 분류되어 있고, 시민단체 등과의 논란과 곡절 끝에 단지 내 10만평에 매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답답한 폐기물 정책과 희토류의 관계를 들으면서, 갑자기 광산학과가 떠올랐다. 동양의 MIT를 지향한다던 인하 공대의 초기 학과를 보면 광산학과와 병기학과가 있었다. 그러나 입시생들의 수요에 따라 학과 이름이 바뀌다가 그나마 없어졌다. 학과가 없어지면서 광물과 자원을 연구하는 인력도 함께 사라졌다. 지금 중국은 희토류 하이테크단지에 자국의 해외 유학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희귀금속과 신소재 등의 연구와 산업화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다.
만약 광산학과가 지금까지 있었다면 다른 시각에서 정책을 수립하지 않았을까. 모두가 첨단만을 외칠 때가 아니다. 겉멋만 부리지 말고,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전공과 산업이 무엇인지 다시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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