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그럽게 모여든 하루살이 쇼핑객의 공포

[현장속으로] 양평 남한강변 ‘하루살이떼와 전쟁’

개체수 기하급수적 늘어나 밤마다 ‘유령도시’ 방불

분비물에 악취… “방충제도 소용 없어” 고통 호소

“불만 켜면 누렇게 몰려 드는데, 정말 징그럽고, 무섭기조차 합니다. 불을 끄고 방충제를 뿌려대도 소용이 없어요.”

양평지역 남한강변 주민들이 밤마다 ‘동양 하루살이’라는 하루살이(날벌레)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일 밤 9시께 남한강 바로 옆에 위치한 양평군 양평읍 양근리의 한 버스정류장.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45)는 쇼윈도를 뒤덮은 날벌레들을 빗자루로 연신 쓸어 내리고 있다. 인근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는 박모씨(56·여)도 가게 문을 열 때마다 밤새 쇼윈도에 달라붙은 녀석들을 떼어 내는 게 일과가 됐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동양 하루살이는 길이 20~30mm로 2급수 이상 맑은 물에서 서식하며 주로 5~7월 집단 발생하는데, 최근 한번에 수십만마리의 알을 낳는 등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면서 남한강 인근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동양 하루살이는 한번 앉으면 분비물이 남겨져 쉽게 지워지지 않는데다, 악취도 며칠 동안 가시지 않아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후 8시가 넘으면 상인들이 동양 하루살이가 몰리는 게 두려워 조명을 끄고 있어 이 일대는 흡사 유령도시를 방불케 할 정도다.

특히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군청이 위치한 양평읍 양근리와 나루께축제공원이 조성된 건너편 강상면 교평리 일대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양평군청 건너편인 강상면 교평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한모씨(46·양평군 강상면 송학리)는 “점포 쇼윈도는 물론이고, 밤에 가게 앞에 승용차를 세워 놓으면 동양 하루살이들이 차창에 배설한 분비액으로 곤욕을 치룬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건당국은 현재 남한강 주변에 친환경 방제기구인 해충유인 퇴치기(사이클론)를 20대 가동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양평군보건소 관계자는 “동양 하루살이가 집단으로 발생하는 기간 동안 가정의 방충망을 정비하고 상가는 조명 밝기를 최소화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해충유인 퇴치기 이외에는 뽀족한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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