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면에서 압축 성장에 익숙한 우리의 경우, 사회적 기업 역시 그 개념과 철학적 배경 등에 대한 천착보다는 제도적 도입과 현실 적용의 기능적 부분이 앞서나갔음은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기업을 일궈낼 수 있는 우리 사회 전반의 생태 문화적 기반을 닦기보다는 일자리 창출이나 수익 모델 등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 지향의 분위기에 휩쓸리게 됨을 보게 된다.
현실 적용의 기능적 부분만 앞서
물론 일자리 창출 역량과 안정적 수익 모델 개발 등이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주요한 요인임을 부인키 어렵다 하겠으나, 그것이 어찌 단기간의 제도적 견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오히려 지금까지 기반 닦기보다는 과업 지향적 성과관리 위주 제도적 견인력으로 인해 그마저도 이루어내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은 아닌가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더욱이 기반 닦기부터 가시적 성과도출까지 그 모든 것들을 오롯이 사회적 기업가의 몫으로 지워주게 된다면 이는 성공신화에 대한 또 다른 환상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과문하지만 사회적 기업가의 역량이란 한마디로 ‘사회적’ 목적과 ‘기업가적’ 수단의 접점을 찾아내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이는 곧 사회적 기업가에게 사회적 목적 구현을 위한 의제 설정과 기업가적 수단의 발현을 위한 시장 참여 등의 구조적 문호가 개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사회적 기업가는 설정된 의제의 대집행 대상이거나 수많은 시장 참여자의 하나일 뿐으로 치부되곤 한다. 많은 경우 사회적 기업가의 위기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착한 일을 하기 위해선 기꺼이 대상화의 굴레를 감수해야 하며 한편으로 지속가능성을 담보받기 위해선 시장에서의 이전투구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그 곳에서 목적과 수단의 접점을 찾는 일은 부질없는 짓이거나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뿐이다.
사회적 기업, 협치의 동반자 돼야
사회적 기업가는 일정 부분 몽상가의 기질을 갖기도 한다. 그들은 그들이 기획하는 목적과 수단이 일치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은 목적과 수단의 대상이거나 단순 참여자가 아닌 협치(거버넌스, governance)의 동반자이길 소망한다. 우리보다 이른 시기에 사회적 기업의 철학적, 제도적 기반을 쌓아나간 서구의 많은 나라에서도 사회적 기업 육성의 방점을 여기에 두고 있기도 하다. 우리의 경우 사회적 기업의 영역에서 기왕지사 작동되고 있는 제도적 견인력이 그나마 바람직한 성과를 얻기 위해선 사회적 기업가의 꿈과 소망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길 바란다. 아마도 그랬을 때 사회적 기업가의 역량은 한층 만개할 것이고, 거기서 우리의 사회적 기업도 더욱 풍성해 질 것이다.
박명학 예술과마을 네트워크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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