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오월 어느 날의 행복

지난주 토요일이었다. 그날따라 오월의 신록은 더욱 찬란했고, 풋풋한 향훈은 더욱 싱그러웠다. 초가지붕 원두막을 배경으로 한 간이무대에는 고운 가락과 춤사위가 나부꼈고, ‘달빛 뜨락’에 오순도순 둘러 앉은 하객들은 잠시나마 세속의 홍진(紅塵)을 떨쳐내고 곱고 청순한 서정의 물길 따라 물아일체(物我一體)의 호접몽(蝴蝶夢)으로 드는 분위기였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 항상 마음 푸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 / 항상 푸른 잎새로 살아가는 사람을 / 오늘 만나고 싶다. 언제 보아도 언제 바람으로 스쳐 만나도 / 마음이 따뜻한 사람 / 밤하늘의 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인기 절정의 공혜경 낭송가가 음송(吟誦)한 이 날의 시제처럼, 그 날 우리는 참으로 소중한 우리 시대의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이미시문화서원과 나라사랑 남양주시민화랑단은 공직바로세우기 시민운동으로 ‘풀뿌리 공무원 신상필벌 헹가래운동’을 펼쳐 오고 있다. 비리 공무원은 계도하고, 정의롭고 정직하고 정도대로 일하는 삼정(三正) 공무원은 높이 칭송하여 시상하고 축하공연을 해드리는 지역시민운동이 곧 그것이다. 올해로 6회째인 금년도 수상자는 남양주시 주민생활지원과의 강태일 공무원과 경기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의 조권기 경찰관이었다. 작년 말 국제투명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지구촌 183개 국가 중에서 43위로 전년보다 4계단이나 떨어졌고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27위로 최하위권이다. 이처럼 부패문제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는 계제에 이들 삼정공무원들은 여간 소중하고도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존경할 인물 찾기 어려운 세태 속

한편 이미시문화서원에서는 작년부터 작지만 의미있는 시상을 치러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심전심으로 승복하고 흠경(欽敬)하는 ‘우리시대의 사표(師表)’를 선정하여 존경과 행운의 부신(符信)을 드리는 행사가 곧 그것이다. 올해의 우리시대 사표로는 강영훈 전 국무총리님을 모셨다. 그 분을 존경하는 분들은 잘 알 것이다. 총리의 벼슬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누구나가 인정하는 그 분의 개결한 인품과 투철한 우국충정과 혼탁한 사회를 지탱해 준 중류지주(中流砥柱)와 같은 소신을 흠모해서 모셨음을 금세 이해할 것이다. 그만큼 그 분은 우리시대의 위안이고 버팀목이고 시대의 좌표를 향도하는 어른이심에 분명한 분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주변에는 명사도 많고 박사도 많고 지성도 지천이다. 하지만 겪어 보면 허명에 허상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재사(才士)들은 많아도 우리 사회는 오히려 혼란스럽고 우리 삶이 허전하고 공허하기 짝이 없다. 우러러 받들 어른이 드물기 때문이다. 등불을 들고 현인을 찾아 거리라도 나서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시대의 사표(師表)’를 모셔서 경하(敬賀)해드리게 된 배경이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행복했던 만남

아무튼 그날 오후 우리는 이인호 교수(전 러시아 대사)의 축사처럼 모처럼의 ‘아름다운 행복’을 조용히 음미하며 공유할 수 있었다. 연분홍 저고리 연두색 치마로 곱게 단장한 홍금산 원로 무용가의 춤사위가 신록의 화폭에 곡선의 율동으로 펼치는 선경(仙境)도 우리들의 청복이었고, 모인 사람 모두의 가슴에 천진난만한 추억의 감미를 솟게 했던 주황색 드레스로 치장한 분당여성합창단의 우리가곡 합창 ‘고향의 봄’ 등의 정감어린 성색을 만끽한 것도 행복이었으며, 이제 동시대인들과는 좀해서 해후(邂逅)하기 드물지도 모를 90대 노경 강영훈님의 존안에 흐뭇한 미소가 흐르던 일도 우리 모두가 즐거워한 홍복(洪福)이었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너나 없이 허기진 세상에 진실로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 지난 주말은 참으로 오랜만에 행복의 함박웃음꽃을 피워본 살맛나는 하루였다.

한명희 이미시문화서원 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