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갑작스런 사직 결정은 바로 한 권의 책 때문이라는데 그게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다. 그는 자유인의 표상인 조르바를 보면서 그의 표현에 의하면 ‘안정과 품위, 그리고 경륜을 생각해야 할 나이 쉰 살’에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겠다며 ‘사회적 지위의 달콤함’을 버렸다. 그저 책 한 권이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은 것이다.
과연 책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는 것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특히 고전읽기는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수많은 영웅과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를 배출했다. 역사를 새롭게 쓴 강력한 국가의 탄생 뒤에는 고전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 한 때 위용을 자랑하다가 쇠퇴한 나라들은 독서에 대한 관심이 사그러 들었다는 사례들이 역사기록으로 남아 있다. 결국 사람이나 나라의 승패는 고전에 대한 지식과 교육수준에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을 변화시킨 천재 아인슈타인과 에디슨은 낙제생에 퇴학을 당한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훗날 우리가 알고 있는 천재들로 거듭난 데에는 열정적인 인문고전 독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저자 이지성에 의하면 일본은 19세기 메이지 유신 시절 국가주도하에 고전교육을 보급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문물을 받았던 미개한 나라였다. 10세기 이전까지 번영을 누렸던 이슬람권으로부터 미개인 취급을 받았던 유럽이 10세기 이후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배경에도 그리스, 로마 고전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으로 진단한다.
우리나라 역시 조선 역사상 가장 부흥했던 시기는 한글을 창조하고 백성들에게 교육을 보급시킨 세종대왕이 통치하던 시절이 아니던가?
14세기에 유럽에서 찬란하게 꽃피웠던 르네상스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는 당시 유럽에서 가장 번영되고 강력한 도시였다.
이 도시의 실질적인 통치가며 대부호였던 메디치가문 수장들은 학자들을 시켜 전국 각지에서 고전원본을 발굴해 번역하고 연구하게 했고, 플라톤 고전을 유럽 최초로 라틴어로 번역해 전파했다.
유럽정신의 근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과 동방문화인 플라톤 사상과의 만남은 예술가들에게 창조적 영감과 초월적 감성을 주었고, 미켈란젤로, 보티첼리와 같은 수많은 천재적 작가들을 배출하게 된다.
고전이 한 사람의 인생과 한 나라의 승패를 좌우한 많은 사례들을 보면서, 지금 우리나라에 인문학 열풍이 일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21세기에 한반도에서 제2의 르네상스가 돌풍처럼 휘몰아칠지 누가 알겠는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이국진 칼럼니스트·의정부문화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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