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도 잘풀리고 못풀리고 양극화 현상

구직자 90% “구직활동 중 양극화 체감” 양극화 요인 학벌>외국어 능력>인맥 등 꼽아

화성 소재 A대학을 지난 2월 졸업한 김모씨(30)는 반년이 넘도록 취업하지 못하면서 이달 초부터 커피 전문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21살에 대학에 입학한 김씨는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휴학을 반복하며, 서른이 돼서야 졸업했다.

 

공사장, 보습학원에서부터 공장, 편의점, 대형마트에 이르기까지 일하지 않은 곳이 없다는 그는 독립심과 집념은 어디에든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지만, 이를 알릴 기회는 거의 없었다.

 

김씨가 지금까지 지원한 서른여 곳의 기업체 중 면접까지 이른 데는 다섯 곳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김씨는 “나이가 많고 학벌이 좋지 않으면 취업은커녕, 면접의 기회조차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반면 지난 2월 용인소재 B대학을 졸업한 박모씨(26)는 ‘취업난’을 체감하지 못한 드문 케이스다.

 

지난해 말 국내 전자업체와 외국계 회사에 동시에 합격하면서 외국계 회사를 택한 그는 캐나다와 중국에서 1년씩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외국 체류 당시 봉사활동과 인턴십까지 경험했다.

 

학기 중에도 취업과 영어회화 동아리에서 동시에 활동하며 각종 공모전에 참가했고, 꾸준히 어학원을 다니며 외국어실력을 쌓는 등 취업준비를 꾸준히 해왔다.

 

박씨는 “부모님 지원으로 아르바이트 걱정 없이 취업만 신경 쓸 수 있었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면접기회조차 없이 장기 취업활동에 들어간 구직자가 있는 반면, 여러 기업에 합격한 구직자가 있는 등 ‘취업 양극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구직자 1천9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구직활동 중 취업 양극화 현상을 체감했다고 답했다.

 

취업 양극화는 ‘높은 자격조건으로 지원조차 할 수 없을 때’가 60.1%(복수응답)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인맥으로 취업하는 사람을 볼 때’(47.1%), ‘학벌 등으로 필터링 한다는 말을 들을 때’(44.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양극화 요인으로는 학벌(30%), 학력(12.1%), 외국어 능력(12%), 인맥(10.7%), 나이(9.7%), 부모님 능력(7.2%), 소득 수준(6.4%) 등이 꼽혔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스펙이 곧 능력이라는 인식이 바뀌어야 양극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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