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한식세계화 목표를 설정하고 많은 논의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09년 5월 민관합동으로 ‘한식세계화추진단’을 출범시킨 이후 한식세계화의 붐 조성과 산업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세계적인 건강·웰빙 지향의 소비 추세와 맞물려 한식의 우수성이 국내외 언론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식을 영양상으로 균형을 갖춘 모범식으로, 미국의 대표적 건강잡지(Health)는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농림수산식품부 발표에 의하면 한식은 주요 12개국 음식과의 비교 평가에서 7위를 차지함으로써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번 조사결과는 정부가 지난 3년간 추진해온 한식세계화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고 현 상황을 진단하고자 ‘한식세계화지수’를 개발해 북미, 유럽, 아시아 총 5개국 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설문에 기초하고 있다.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성급한 목표보다는 구체적이며 실행 가능한 핵심과제를 정해 차근차근 한식세계화 전략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이 한식의 가치를 높게 인정하고 제대로 대접해야 하는 점이다. 사실 우리 스스로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음식에는 높은 가격을 내는 것을 당연시하면서도 한식에 대해서는 무엇이든지 낮은 가격만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인들이 한국 음식을 먹고 마시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한식에 대해 낮은 평가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이 필요하다.
한식에 대한 세계 평가 갈길 멀어
또한, 한식을 세계인이 믿고 찾는 웰빙 음식으로서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홍보를 통해 많은 국가에 고품격 한식당이 개설되어야 한다. 해외 한식당은 현재 약 1만 여개로 추정되고 있으나 대부분 주로 교민과 관광객을 상대로 한 영세업체이고, 과당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컨대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레스토랑 평가 잡지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에 따르면 한식을 팔고 있는 해외식당 중 현재 총 9개의 한식당이 등재되어 있으나, 이것도 그나마 최근에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미슐랭 가이드’ 등 세계적 음식 관련 잡지 등을 통해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식을 홍보하고, 세계적 요리학교 등에 한식요리강좌·프로그램을 개설하여 한식이 현지화할 수 있는 기반 창출이 필요하다.
또한, 한식하면 주제가 없는 한상차림, 과다한 반찬 수, 고급이미지 부족 등 외국인이 한식에 대해 가지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제거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건강·간소·고품격 등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음식재료, 조리법 등 한식의 본질은 유지하되 맛과 서비스 방식은 세계인의 취향에 맞춘 한식을 개발,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인 취향 맞춘 한식개발 중요
한편, 해외한식당 인증제 도입을 통한 지속적인 품질관리와 함께 한식당의 해외진출에 필요한 관련 지역 정보를 수집·제공하며, 메뉴의 개발과 경영·마케팅 등 컨설팅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식의 세계화는 단지 한국의 먹을거리를 세계에 알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한식과 결합한 전통주와 도자기, 건축물 등 한국의 문화를 수출한다는 큰 틀에서의 접근이 요구된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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