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이 지난 2월17일 발표한 2011년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사교육비 전체 규모는 20조 1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민 경제 생활 압박을 넘어 학생과 학부모 모두를 지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리하여 경기도교육청이 도내 일선 학교의 사교육비를 2015년까지 20% 경감에 나서기로 했다. 도내 학생 1인당 사교육비를 26만9천원에서 21만5천원으로, 두 학생이면 한 달에 10만 8천원을 줄이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교육청은 6대 추진과제와 26개 세부과제를 선정,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창의지성교육의 현장 안착을 위한 평가혁신과 자기주도학습력 향상을 위한 학교도서관 활용, 수학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시스템 가동이다.
지난해부터 경기교육이 추진해온 창의지성교육이란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지성교육으로, 여기서 텍스트로 삼는 것은 인류사회의 다양한 지적 전통과 문화적 사회적 경험이다. 한마디로 인문학적 소양이요 고전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회장에게 모(某) 기자가 게임 개발자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인문학적 소양이라고 답했다 한다. 싸움만 하는 게임이 팔릴 리가 없다. 사람 이야기가 바탕에 깔려야 한다.
경기교육은 창의지성교육 안착을 위해 선택형 평가에서 서술형 평가로, 그리고 성취평가로 불리는 절대평가가 시작되는 2012학년도 중학교 1학년에는 여건이 성숙된 학교부터 논술평가를 시작한다.
논술평가야말로 사교육이 따라오기는 어려운 장르이다. 논술은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것으로 사교육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문제풀이식이나 암기식으로는 도저히 따라오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논술평가야말로 인문학적 소양, 즉 꾸준한 독서 없이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
사교육 경감 방안으로 제시한 자기주도학습력 향상을 위한 학교도서관 활용 역시 기대되는 처방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 장하준은 4년 만에 석·박사 과정을 마친 다음 곧바로 27살에 케임브리지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그의 동생 장하석도 스탠포드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28살에 런던 대학 교수가 됐다.
지금은 두 형제가 모두 케임브리지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데 모모(某某) 기자가 두 형제에게 어떻게 공부를 그렇게 잘하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초·중학교 시절에 1천여권의 책을 읽은 것이 언어의 바탕이 됐고 글쓰기를 잘하게 됐다고 했다 한다.
경기도교육청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는 학교도서관을 월요일에서 금요일 20시까지 개방하고, 주말에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사와 학생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사제동행 독서토론 동아리 활동도 들어 있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늦은 시간까지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그동안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수많은 대책이 쏟아졌지만 크게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번에 제시한 창의지성교육의 현장 안착을 위한 평가혁신과 자기주도학습력 향상을 위한 학교도서관 활용이 사교육 경감의 초석이 되어 OECD국가 중에서 최하위라는 한국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맹기호 영덕중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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