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에 오르며, 세대공감을 생각한다

우리가 봄이 왔음을 실감하는 시기가 어느 시점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입춘(立春)과 낮이 밤보다 길어지는 춘분(春分)이 지나도 계속되는 쌀쌀한 꽃샘바람 때문이라 생각된다.

 

지난 4일은 24절기 가운데 다섯째에 해당하는 청명(淸明)이었다. 보통 한식(寒食)의 하루 전날이거나 같은 날이 많고 식목일과 겹치는 경우가 흔한데, 금년은 한식 하루 전날이 청명이었다.

 

날이 풀리기 시작해 화창해지고 농촌에서는 이 무렵부터 바쁜 농사철에 들어가므로, 진정한 봄은 이때가 아닌가 한다. 옛날엔 이 시기에 장을 담그면 맛이 좋다고 하여 한 해 동안 먹을 장을 담갔다. 청명과 한식이 겹치거나 하루 차이밖에 나지 않아 별 차이가 없어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생겨난 것 같다.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다. 나도 지난 토요일 고향에 있는 오서산을 학생들과 함께 올랐다. 지난 추위속 어딘가에서 피어나고 있는 버들강아지도 찾아보고, 소나무 사이로 핀 진달래를 보면서 맞는 산바람이 가장 좋아서 그럴 것이다. 산을 오르다가 좁은 등산로에서 마주치는 이들이 먼저 지나가게 기다려 주면 반드시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받는다. 등줄기에 땀이 배어나고 다리가 후들거려 힘들지만 서로 배려하고 답례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길을 물으면 자상하게 알려주고, 다친 사람이 있으면 서로 도와주려고 한다. 중간 휴식처에서 갖고 온 귤 몇 개와 초콜릿을 주었더니 찐 달걀과 커피가 되돌아왔다. 산 중턱에 오르면 어느 위치에 왔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산에 올랐다가 하산하는 이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오랜 기간 공직에 재직한 후 새마을운동중앙회에 재임하면서 지난 7년여 기간 대학에서 강의하는 직장인으로, 공직에서 얻은 경험을 사례로 강의하는 기회가 많다. 이때마다 아직 사회에 나가지 않은 대학생들은 처음 등산하는 이들과 같은 입장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까만 눈 반짝이며 강의에 집중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에서 보람을 느끼며, 사회 진출 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더 많이 설명하고 질문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답변을 하게 된다.

 

등산의 즐거움은 고단함 뒤에 온다고 하는데,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 또한 다소 힘들지만 즐겁고 보람을 느낀다. 공직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젊은 대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자 하는 작은 시도가 재능 나눔의 한 부분으로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린, 지역 갈등 시대가 아닌 세대 갈등 시대에 살고 있다. 세대 간 벽이 공고해 보이지만 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세대 구분은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장·노년 세대는 예전보다 외모관리나 여가생활 욕구가 크며, 젊은 세대의 복고열풍도 거세다.

 

장·노년 세대가 함께 하는 이런 활동이 ‘세대 공감’의 장이 되므로,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이런 활동이 모이면 세대갈등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초록 보리밭이 꽃밭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 봄, 작년 산사태가 나 흙이 드러난 지역에 젊은 학생들과 함께 나무 한그루씩 심는 것 또한 꼭 필요한 일이다.

 

한 분야에 너무 몰입하고 기울어지면 편협해지기 싶다. 가끔씩 산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며 새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딘가에 돋고 있을 버들강아지를 찾으면서 재능을 나누며 세대 공감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 이 봄 마음의 균형과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권 두 현 새마을운동중앙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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