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호랑이가 셀까, 사자가 셀까?’라는 질문과도 비슷하게 한국, 일본 양국의 메카닉 캐릭터 간 논쟁, 태권V와 마징가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라는 화제는 꽤 오랜 시간 지속 된 적이 있었다. 어느 분야든지 한국과 일본 간의 경쟁 심리는 대단했던 시절의 얘기이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벌써 태권V가 세상에 나온 지 35년이 훌쩍 넘어 버렸다.
한국과 일본의 그 캐릭터들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난 2003년 충격적이면서도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태권V’만화영화 카피본의 발견 소식. 영화진흥위원회 창고 안에서 녹슬고 먼지 쌓인 깡통 안에서 발견된 태권V였던 것이다. 발견된 판본은 원본이 아닌 복사본이었지만, 그나마 태권V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콘텐츠 업계 전체로 봤을 때는 놀라움이자 큰 반가움으로 다가온 ‘사건’이었다.
태권V는 이렇게 복사본이 발견되며 30년 만에 3년간 10억의 예산을 투입, 디지털 복원을 거쳐 재상영의 빛을 보게 된다. 2007년도에 영화관에 걸려 재상영된 ‘태권V-디지털 복원판’은 7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애니메이션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경기도가 지원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2011년 220만 명의 흥행 기록을 세우기 전까지, 태권V는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지켜왔던 작품이다. 2010년에 한 기관에 의해 조사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10대 캐릭터에 꼽히기도 했던 태권V. 그런데 무슨 연유로 태권V가 30여 년 넘게 음침한 창고 안에서 독방 생활을 하게 되었을까?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자, 일본의 메카닉 대표 캐릭터라면 아톰-마징가, 그리고 건담을 꼽을 수 있다. 이 캐릭터들은 세계관 확장, 캐릭터의 재창조를 통해 2010년대인 아직도 새로운 버전의 마징가, 건담, 아톰이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스마트콘텐츠 등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말 그대로 OSMU(원 소스 멀티 유즈)가 수십 년째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일본에도 밀려든 상황에서도 유독 세계 시장에서 강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일본 캐릭터-콘텐츠 산업이었다. 일본이 캐릭터를 통해 창출하는 산업은 이렇게 콘텐츠 산업의 OSMU의 중심에 위치하여 끊임없는 변화와 재창조로 생명력을 유지하며 거듭나고 있다. 일본의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산업은 80년대 오일쇼크와, 90년대 버블붕괴를 버텨낸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보자. 200억 프로젝트로 2008년부터 기대를 모아오던 태권V 실사 판 영화 제작 프로젝트가 최근 또다시 무산되며 무기한 연기되었다는 보도가 최근에 들려온다. 태권V의 조종사였던 철이가 40대 가장이 된 후 다시 태권V를 조정하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 태권V에 걸린 기대는 단순한 기대를 넘어 우리도 킬러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과 진지함이 근저에 깔려 있던 프로젝트였다.
콘텐츠 산업 기반을 다지고, 육성하는 일은 바로 국가의 신성장 동력 조성에 직결되는 일이다. 유럽 경제위기가 지속되어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는 이때, 이제라도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경제 성장을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면밀한 시장분석과 함께 새롭게 의지를 다져야 할 시점이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 “두 로봇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며 말싸움 하는 걸 다시 볼 수 있게 말이다.
김 종 우 경기도 문화산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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