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여성 살인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신뢰가 위협을 받고 있다. 신고전화에 제대로 응대하지 못한 점, 시간을 축소한 점, 정보공유를 제대로 못한 점 등에 대해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개별 경찰관이 비리를 저지른 여타 사건과는 달리, 경찰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즉, 112의 신고체계와 대응 능력, 경찰의 사법적 신뢰성에 대한 의심, 정보 처리 역량, 그리고 공조 능력 등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은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서 말하듯,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허점을 보인 사건으로 규정될 수 있다. ‘경찰이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전문가인가?’ 라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틀 레빈은 자신의 저서에서 “맨해튼에 문을 연 식당의 70%가 도산하는 이유”는 음식 맛이 없거나 소비자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알고,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일이 어쩌면 경찰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최고 권위자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일이다.
그 날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들은 매우 답답해 할 것이다. 밤새워 수사를 하는데, 잠이 든 개인 가정집을 일일이 두드려 볼 수 없는 상황에 속만 태웠을 수도 있다. 사건 현장이 밝혀지면 ‘겨우 몇 백걸음…’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넓은 지역이 될 수도 있다.
‘안전지킴이’ 경찰 대한 불신 초래
이번 사건은 불행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하는 안타까움을 남긴 사건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일은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웠고, 그것을 어떻게 업무에 적용하여,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훈련이란 평상시에는 귀찮지만, 실제로 어떤 상황이나 조건이 주어졌을 때, 조건반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훈련되어 있지 않으면 끝없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훈련이 되어 있는 경우, 훈련받은 대로 행동하고 대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훈련은 긍정적인 요소에만 관심을 두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만 하고,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성공사례는 무엇인가 등을 훈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웬디 정, 벌리 헤스캐스, 앤드류 닐의 연구결과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사점을 준다. 이들은 소방관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성공 사례에서 배우는 것보다도 실패 사례를 통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음을 제시한다. 실패나 실수한 사례를 통해 그 원인과 경과,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효과적으로 터득할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 정신 갖추고자 노력해야
이번 사건에서 발생한 실수와 실패의 요인들을 점검하고, 다른 대안은 무엇이 가능한가를 찾아보아야 한다. 또한 수사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임을 명심하고 최고의 전문가다운 능력을 갖추고자 끝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경찰을 통한 사회적 신뢰감이 확보되고, 안전한 사회에 대한 믿음이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차명호 평택대학교 상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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