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에서 ‘전통적인 것들이 다 사라졌습니다’ 라고 주장하는 개그 프로그램이 있다.
내용은 개그 프로그램의 속성상, 전통적이라기보다는 어린 시절의 놀이, 음식, 연예인 등이 사라진 것을 희화화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잠시 생각해보면 정말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참 많다.
몇 골목 건너마다 또는 아파트 단지마다 있던 비디오 가게가 사라진지는 꽤 오래됐다. 동네 곳곳에 있던 서점도 레코드 가게도 거진 다 사라졌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서점은 전국에 2천여개만 남아 있어 등록된 출판사 수보다도 적은 실정이다. 동네 레코드 가게는 이보다도 훨씬 적게, 아주 간신히 남아 있는 것 같다.
인터넷 등 기술의 변화나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 변화에 따라 이같은 업종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이와 달리 업종 자체는 축소되지 않지만 자신의 독자적인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만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즉, 재래시장의 생선가게, 야채가게는 물론 동네 옷가게, 문구점까지도 대형 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다. 최근에는 동네 빵집, 길모퉁이 붕어빵 가게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급의 체인점들로 밀려나고 있다.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전국적 규모의 체인점의 적극적 공격에 대해 동네 가게들이 살아 남으려면 이들이 등장하게 된 문화나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형 마트, 기업형 슈퍼마켓은 미국에서 출발했다.
대형 체인에 밀려나는 동네 가게들
대형마트는 미국이 도시화되고 자가용 중심의 이동 형태로 바뀌면서 자가용으로 접근하는 유통시스템 등장으로 시작됐다. 이를 다시 해석하면 우리나라의 상당수 지역과 소비자들에게는 아직도 대형 마트, 기업형 슈퍼마켓이 오히려 불편한 쇼핑 시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가구 규모가 작아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주거지 가까운 곳에서 식재료 등을 그때 그때 적절한 양만큼 사는 것이 오히려 웰빙이 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는 대형 마트보다는 동네 가게들이 더 적절하다.
체인점이 미국에 많이 등장하게 된 것은 넓은 국토에 비해 다른 지역에 도착했을 때 익숙하지 않은 여행객의 불안한 소비 심리도 큰 이유가 됐다고 한다. 즉, 하워드 존슨과 같은 호텔 체인이나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점을 통해 미국 어디를 가도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비슷한 비용으로 제공하면서 많은 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패스트푸드 체인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표준화된 조리법과 서비스인 이유는 자신들의 이런 출발점에 따른 것이다.
스토리텔링, 동네 가게만의 경쟁력
하지만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유럽의 경우, 체인 형태의 패스트푸드점이나 모텔보다는 동네 레스토랑, 동네 호텔이 아직도 굳건하다. 이는 소비자들이 획일적인 호텔이나 식당보다 그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이야기해주기를 원하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와 국토 규모, 인구밀도, 문화 등이 가장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일본은 우리처럼 체인점이 떡볶이 가게 등 분식집 수준까지 침투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우리나라처럼 동네 가게가 지나치게 쇠퇴하는 현상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다.
사라지는 동네가게에 대해 획기적인 회생책이 마련되기에는 복잡다단한 문제가 얽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편리한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소비 자체를 통한 효용과 함께 소비를 제공하는 장소와 사람들에게서 만족을 찾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동네 식품점, 길모퉁이 빵집, 아파트 단지내 작은 잡화상은 대형 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획일화된 체인점이 갖지 못한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다. 고객들은 그런 가게를 통해 더불어 사는 이웃사촌들의 스토리를 듣기를 좋아하고 자신의 가족, 이웃들과 함께 스토리를 만들기도 좋아한다는 것이 사라지는 동네 가게들에게 해결의 작은 시사점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이희상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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