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품질비용 줄여주는 ‘품질분임조’ 활동

우렁각시라는 전래동화가 있다. 착한 총각이 우렁이를 가져다 키웠는데, 어느 날 우렁이가 각시로 변해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집안일을 전담해 주는 것이 매우 인상깊었던 내용이다.

 

내용의 본질을 뒤로하고 실리만을 따져보면 덕분에 총각은 본업에 매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본인이 하던 것 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완성도 높게 집안일을 해 주는 사람이 생겼으니 말이다. 우리 산업 현장에는 이미 이런 우렁각시가 존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 5만여 개의 분임조가 있고, 58만 명의 분임조원이 품질개선 및 생산성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도요타의 리콜사태는 큰 이슈가 됐다. 3년이 지난 지금 천문학적 손실에도 무너지지 않은 이유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저력 뒤에는 현장 혁신으로 만들어 놓은 자금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상규명 결과 미국 언론보도로 매도된 것과는 다르게 심각한 품질 문제는 없었고, 당시 현실에 순응하는 것만이 문제해결의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많은 손실을 본 것이 사실에 가깝다고 판단된다. 그러면, 그들은 현실에 순응할 결심을 어떻게 한 것일까? 위에서 언급한 자금력이 없었다면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경영학 분야에서도 소개되는 TPS(Toyota Productivity System, 도요타 생산방식)는 현장의 개선과 혁신을 통해 만들어진 그들만의 방식이 되었고, 이 방식은 끊임없는 현장개선활동으로 모습을 바꾸면서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이런 현장 활동은 리콜사태 한 번이 아니라, 얼마 전 태국 홍수 피해도 넘길 수 있게 해 준 진정한 저력이 되었을 것이다. 현장 개선활동은 당장의 이익도 주지만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힘도 되어 주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도요타 사태로 반사이익을 취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꾸준한 현장 혁신 활동이 없었다면 그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은 도요타의 사례와는 다른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현대차는 2000년대부터 CEO를 중심으로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현장을 중시하는 품질경영을 강력하게 추진하여 급성장을 거듭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오늘의 현대자동차는 그때부터 준비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제는 미국 시장 점유율 10%를 넘나드는 것을 비롯하여, 각종 미국 자동차 평가기관으로부터 소비자가 뽑은 최고의 차로 선정되는 등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또 다른 예로, 지난 3월 동아일보 기사를 들 수 있다. 포스코 현장사진 설명에는 ‘현장에서 조업 현황을 점검하고 있는 추진반 직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옆으로는 생존을 걱정하며 허덕이는 세계 철강업계의 현실을 표현하고 그 속에서 포스코가 원가절감 6% 및 영업이익 10.7%를 달성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품질비용 예방을 넘어 치솟는 원자재 가격(2005년 대비 철의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 435%↑, 석탄 247%)의 충격을 흡수할 대체 원료를 개발, 적용한 것이다. 100% 수입에 의존하는 불리한 현실을 그들만의 현장 혁신으로 광산을 소유한 경쟁자보다 월등한 경쟁력으로 무장할 수 있게 해 준 것은 역시나 우렁각시 같은 현장 혁신활동의 한 모습이었다.

 

경기도는 이런 현장 개선 및 혁신활동을 모아 발표하는 전국 품질분임조 경진대회에서 8년 연속 종합우승을 기록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품질비용이 사라졌고, 얼마나 많은 원가를 절감했을까? 우리 기업이 현장의 우렁각시를 키우기 위해 노력할 때 경기도는 그것을 지원하고, 품질 분임조원은 개인과 기업, 더 나아가 국가를 세계 불황의 그림자에서 살려 낼 현장 개선활동을 계속 이어가야 할 것이다.

 

2012년에도 그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이 남 희 경기도청 기업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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