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기념일에는 미술품을 사자

옛날에는 자식을 낳으면, 기념으로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딸을 낳으면 논두렁에 오동나무를 심고, 아들을 낳으면 선산에 소나무나 잣나무를 골라 심었다. 오동나무로는 딸이 성장해서 시집 갈 때, 장롱이나 반닫이를 만들어서 평생 함께하게 했고, 소나무나 잣나무는 죽을 때까지 자라게 해서 관을 짜는 데 썼다.

 

이런 지혜는 미술품 구매 시기와 관련하여 곱씹어볼 만하다. 사람들은 언제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은지 궁금해 하지만 사실 작품구입에 적당한 시기란 없다. 아무 때나 가능하다. 그래도 실현 가능한 적기를 꼽아보라면, 권하고 싶은 때가 있다.

 

식목일에 나무를 심듯이 각종 기념일에 미술품을 구입해보는 것이다. 우선 아이가 태어날 때, 20~30년 후의 미래를 보고 작품을 사면 된다. 이때 구입한 미술품은 작품 본래의 가치 외에도 기념일의 가치가 더해져 특별한 보물이 된다. 작은 묘목이 세월과 더불어 무럭무럭 자라듯이 구입한 미술품도 세월에 따라 가치가 불어나게 마련이다.

 

꼭 아이의 탄생뿐만 아니라 백일, 돌 같은 중요한 날을 기념해서도 구입할 수 있다. 결혼기념일도 좋다. 노후를 내다보며 결혼기념일마다 미술품을 산다면, 나중에는 두둑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사람은 젊어서는 경제적인 이익을 좇고, 은퇴 후에는 문화예술과 더불어 산다고 하지 않는가. 그 문화생활의 토대를 미술품 수집으로 조금씩 다져갈 수도 있다.

기념일의 가치가 더해져 특별

 

다음으로, 구입하되 미술품의 종목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태어난 자식에 따라 다른 종류의 나무를 심었듯이 미술품도 다양하게 구매하는 것이 좋다. 현재 뜨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선택할 수도 있고, 미래의 가치를 보고 유망작가의 작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 예컨대 아이의 생일에는 뜨는 작가의 작품만 구입하고, 결혼기념일에는 유망작가의 작품만 구입하는 식이다. 또 장르별, 테마별로 특화해서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기념도 적기다. 오랜 동안 구입한 작품을 감상하다가 아이의 대학 학자금이나 결혼자금으로 내놓을 수도 있다. 구입에 따르는 덤도 있다. 자녀에게 미술품 컬렉션이라는 아름다운 습관을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다.

 

가정사와 관련된 각종 기념일을 미술품 구입의 적기로 삼는 방식은 미술품을 소장하며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의미 있는 날을 기념하는 것이므로 조급해하지 않고 장기적인 소장이 가능하다. 당장의 이익을 챙길 수 없더라도 세월의 흐름이 불려주는 수익에 뜻밖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그러면서 미술품을 마음껏 즐기고, 자식에게 예술을 가까이 하는 생활태도를 심어줄 수도 있다.

작품 구매, 미래에 보내는 값진 선물

 

미술품 구매는 일종의 장기투자다. 구입하고서 몇 년은 가지고 있어야 수익이 난다. 세월이 흐를수록 고물이 되는 공산품과 달리 와인과 작품은 오래될수록 맛이 깊어진다. 미술품 투자에는 술이 익듯이 느긋하게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집안에 걸어두고 매일 감상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가치가 상승한다. 미술품 구입은 가장 열정적인 ‘느림의 생활방식’이다. 초고속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속도의 시대에 여유롭게 감상하면서 마음의 풍요를 체감할 수 있다.

 

조상들이 자식이 태어날 때, 나무를 심었듯이 특정한 날을 기념하여 10년, 20년, 30년 뒤의 자식과 자신을 위해 미술품 투자를 고려해보자. 그것은 자식과 자신의 미래에 보내는 값진 선물이다. 4월5일, 식목일을 앞두고 해본 생각이다.

 

정 민 영 출판사 아트북스 대표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