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서식하는 ‘레밍’(lemming) 이라는 동물.
쥐 과의 이 동물은 귀엽고 작지만 줄지어 앞으로만 달리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 이 쥐떼들은 처음에는 먹이를 찾기 위해 이동하지만 어느 순간 이동 자체에 몰두하다 결국 호수나 언덕에 뛰어내려 장렬한 죽음을 맞이한다.
이런 특이한 습성때문에 레밍은 흔히 방향없이 달리는 사람들이나 집단에 비유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경기도의회와 경기도교육청의 마찰이 레밍의 질주와 비교되고 있다. 한마디로 어제의 동지들이 이제는 ‘아군과 적군’이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의 개방형 감사담당관이 교육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며 도의회 업무보고 거부를 시작으로 김상곤 교육감이 본회의 출석을 안해 버리자 경기도의회는 의사일정 전면거부라는 맞불까지 놓은 상태다.
현재 양기관간 벌이는 사상 유례없는 한바탕 감정싸움은 종착역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번 갈등으로 안산·광명·의정부 고교평준화 시행과 4천억에 달하는 추경예산안 처리 등 주요 교육행정 차질로 이어지며 애꿎은 학생과 학부모만 피해를 보게 됐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서있는 L 교육의원은 자천타천으로 오늘의 김상곤 교육감 만들기 1등 공신으로 불려왔다. 보수적인 교육계에서 전교조 출신으로 진보진영을 대변하며 무상급식을 위해 단식까지 했던 L의원이 그렇게 기다렸던 진보교육감을 향해 서슬퍼런 독설을 날리는가 하면 감사담당관을 검찰에 고발조치까지 하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들이 빚어지고 있다.
L 의원과 감사담당관 모두 할 이야기는 충분히 있을 것 같다. 감사담당관의 경우 최근 김교육감에게 사의를 표명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서 이들의 주장에 특정인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검찰의 수사에 따라 일정부분 판단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교육계로서는 큰 실익없는 싸움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김 교육감의 태도에 아쉬움을 지적하고자 한다.
김 교육감은 2만명의 교직원과 50만명의 학생은 물론 백년대계의 경기교육의 중심을 잡아주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수장이다.
취임이후 전국 최대이슈인 무상시리즈의 시발인 무상급식을 만들어 시선을 집중시켰는가 하면 강한 반대여론에도 혁신학교정책을 추진, 어느정도 호평을 얻어내는 등 신선한 정책을 추진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감이 3번이나 공고를 통해 임용한 개방형 감사담당관이 들어선 뒤 나타난 측근들의 다툼을 정리하지 못했다. 수긍하든 부정하든 대변인실 감사에 따른 대변인 사표에 이어 기획예산담당관실과의 불협화음은 김교육감 측근들간의 마찰이었다. 물론 정상적인 감사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 김교육감의 당선을 위해 일해 왔고 김교육감이 외부에서 데려온 인물들이다. 이들이 교육감을 잘 보좌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오히려 외부에는 권력 다툼을 벌이는 것처럼 비쳤고 다수의 공무원들은 입을 닫고 있다. 공직에서 특정부서가 특정부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초유의 사태가 지겹게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서로를 비방하는 등 교육조직에 커다란 분열바람이 불었던 것을 교육감이 모를리 없다. 그렇다면 수족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정리를 하는 것이 올바르다. 잘못된 것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정리하고 그 잘못이 교육을 위한 것이었다면 대안을 찾아야 했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교육감이 데려온 인사들의 퇴진 여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다만 어느정도 성과를 얻고 있는 교육계의 변화가 교육감 측근들의 마찰과 발목잡기에 의해 차질을 빚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일상이 레밍의 질주라면 누군가 한번은 걸음을 멈추고 내가 왜 달리고 있느냐를 되물어야 한다. 달리는 방향이 옳은지 아니면 의미가 있는지를 되짚어봐야 한다. 그래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용성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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