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관계 20년, 빛과 그림자] 2012년 전인대 돌아보기 - 두 마리 토끼잡기

신종호 경기개발연구원 통일ㆍ동북아센터 연구위원

해마다 3월이면 중국은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로 들어선다.

중국 최대의 연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가 열리기 때문이다.

전인대 기간 베이징(北京) 전역에는 수십만명의 인력이 치안과 질서 유지에 동원되고,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차량과 인원에 대한 검색과 통제 및 유흥업소에 대한 단속도 강화된다.

 

전인대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 전역의 각계각층 대표들이 1년에 한 번 모여서 국가의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마치 우리의 정기국회와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10일간 2천978명의 대표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모여 2012년도 예ㆍ결산과 핵심 경제, 사회 정책을 심의ㆍ의결했다.

 

2012년 전인대는 새롭고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제안하기보다 올해의 국정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올가을 시진핑(習近平) 중심의 새로운 지도부로 권력교체를 앞둔 상황에서 급격한 정책 전환이 쉽지 않고, 동시에 작년 전인대에서 통과된 ‘12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2011-2015) 계획’에 이미 많은 정책 방안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인대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2012년 경제성장 목표를 기존의 8%대에서 7.5%로 하향 조정하고, 물가안정과 실업률 억제 등을 강조했다. 또한 약 8천억원(약 142조원)대의 적자예산을 편성해 민생분야를 중점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사회보장과 일자리 창출에 지난해보다 21.9% 많은 예산을 편성했고, 교육 분야 예산을 중국 전체 GDP의 4%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하향조정했다는 점은 실질적인 경기둔화를 의식했다기보다는 ‘안정 속의 발전(穩中求進)’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즉, 기존의 양적 성장방식은 유지하되 내수 확대와 산업구조 고도화 같은 질적 성장도 중시함으로써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올 한해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던 정부 주도의 대규모 경기부양정책보다는 재정 적자 규모 축소와 내수확대 및 물가안정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이번 전인대에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식이나 수단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중국이 기존의 양적 성장 위주의 경제 발전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경제 분야의 구조개혁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체제 개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중국이 처한 현실에서 볼 때 갈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전인대 기간에 벌어진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서기 해임 사건에서도 나타나듯 차기 지도부 구성을 둘러싸고 다양한 계파(태자당과 상하이방 vs 공청단파)간 이해관계가 많은 영역에서 충돌하고 있다. 따라서 주요한 정책결정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나타나거나 정책결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특성상 이번 전인대에서 제기된 정책적 목표들이 정해진 기한 내에 완벽하게 실현되기에는 여전히 많은 대내외적 한계와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차이나 파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경제발전방식 전환에 대비한 치밀하고 선제 대응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경기도 차원에서는 道가 보유한 자원(resources)을 파악해 자매결연(우호협력) 관계를 맺는 중국의 성ㆍ시와의 맞춤형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 중국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기존의 핵심교류지역과는 협력관계를 유지하되, 새로운 내수확대 추세에 대비해 충칭(重慶)과 같은 중서부내륙 거점을 발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바로 우리가 2012년 중국 전인대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이다.

 

신종호 경기개발연구원 통일ㆍ동북아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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