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이 뚜렷한 전통놀이들 눈길
모든 국가에는 각 지방의 풍속과 생활의 모습이 반영돼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놀이문화가 있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민속놀이는 양반층보다는 서민층을 중심으로 생겨나 낙천적 기상과 풍부한 정서를 담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 차전놀이, 윷놀이, 씨름 등 다양한 전통놀이가 있듯 56개 민족이 모여 사는 중국에도 마작, 사자춤, 태극권 등 중국색을 띄는 민속놀이가 다양하다.
■도박은 잊어라! ‘마작(麻雀)’
흔히 마작이라 하면 중국 영화 속에 나오는 도박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마작은 중국 명나라 때 기본 틀이 만들어져 내려온 중국 고유의 전통놀이다.
마작이라는 명칭은 마조(馬弔)라는 놀이에서 비롯됐다. 당시 마조의 별명이 마장(馬將)이어서 마장으로 불려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작으로 바뀌었다. 또 중국에서 마장이 참새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마작 놀이를 할 때 패가 섞이는 소리가 마치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참새를 ‘마작의 요정’이라고 불린다.
마작은 청나라 시절에 들어서 예수회 선교사들이 소개한 서양의 플레잉카드 영향을 받아 현재와 같은 게임 유형이 생겨났다. 이후 청나라 말기 태평천국을 평정했던 한족 신사층을 통해 중국 전역에 유행하기 시작해 일본 등 각지에 전파됐다.
마작은 144개의 패를 이용해 4명이서 하는 게임으로 처음에는 패를 보이지 않게 쌓은 뒤 각자 13씩 패를 뽑아 시작한다. 자신의 차례가 돌아왔을 때마다 패를 새로 뽑고 가진 패 중 하나를 버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마작을 할 때는 놀이를 위한 마작패와 함께 점수를 표시할 수 있는 칩이나 점수봉이 쓰이고 순서를 결정하기 위해서 주사위 두 개도 함께 사용된다.
마작패는 수패, 자패, 꽃패 3종류로 이뤄져있다. 수패는 단어 그대로 숫자 1~9까지의 숫자가 표시된 패다. 다만 숫자를 표시하는 방법에 따라 한자로 표시하는 만수패, 동그라미 갯수로 숫자로 표현하는 통수패, 대나무로 수를 나타내는 삭수패로 구분된다.
또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풍패, 매난국죽과 춘하추동을 알리는 꽃패로 이뤄져있다.
간단하지 않은 게임규칙 때문에 마작놀이를 시작한 중국인들은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게 된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공원 등에서 게임을 자주 즐기는데 이 때 테이블 주위로 구경꾼들이 몰리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륙의 하늘을 수놓는 폭죽놀이(爆竹)
중국의 춘절이 다가오면 밤낮 구분없이 폭죽을 터뜨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중국에서 폭죽은 춘절 등 명절과 공식적인 경축행사에서 축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사용되기 때문이다.
폭죽(爆竹)은 원래 한자 그대로 대나무를 터뜨리는 것이다. 과거 종름(宗凜)이 쓴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는 ‘정월 1일 마당에서 대나무를 터뜨려 산조와 악귀를 쫓았다’라는 구절이 담겨 있다.
과거 산조는 깊은 산 속에 사는 뿔이 넷 달린 괴물로, 매번 춘절이면 민가에 나타나 사람과 가축들에 피해를 입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빛과 폭발음을 무서워하는 산조를 쫓기 위해 대나무를 태워 밝은 빛과 큰 소리로 산조의 침입을 예방했고 이때부터 중국인들은 춘절 전야에 폭죽을 터뜨리는 풍속을 이어왔다.
산조를 없애기 위해 시작한 폭죽은 당송대를 거치면서 대나무통이나 종이통에 화약을 말아 넣고 터뜨리는 모양으로 변했고, 현재는 불꽃축제가 전세계에 유행할 만큼 각양각색의 폭죽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중국 내륙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폭죽놀이로 인명사고, 화재사고가 이어지자 중국 정부는 지난 1992년 광동성의 광저우를 시작으로 전국 300여개 도시로 폭죽놀이 금지령을 내렸다.
다만 잡귀를 물리치고 복을 빌기 위해 춘절에 폭죽을 쏘아올렸던 풍습을 이어가기 위해서 춘절 전후 보름 동안에는 공식적 폭죽 판매소를 설치하고 일반 시민들의 폭죽놀이를 허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매년 음력 1월1일 춘절 TV에서는 ‘오색폭죽이 베이징 상공을 수놓으면서 새해를 자축하는 행사가 절정에 달했다’라는 내용의 뉴스를 쉽게 들을 수 있다.
■흥이 나는 사자춤(舞獅子)
사자춤은 중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에도 있다. 이는 인도로부터 불교와 함께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교적 색채나 무용으로 예술성을 나타내기보다 대중을 위한 오락성이 크게 강조되 중국의 사자춤이 가장 보편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사자를 짐승의 왕으로 형상이 웅장하고 위엄있어 용감과 힘의 상징으로 여기고 사람과 가축의 평안을 돕는다고 여겨왔다.
이 때문에 중국의 사자춤은 명절이나 각종 경축 행사에서 오색찬란한 폭죽이 터질 때 흥을 돋구기 위해 단골로 등장했다. 덩실덩실 춤을 추는 사자가 축하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천여년의 역사를 가진 사자춤은 과거 태평낙(太平樂)으로 불리다가 당대 시대 때부터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사자춤은 다양한 형식으로 발전했고 북방사자춤과, 남방사자춤으로 나뉘어졌다.
북방사자춤은 작은 사자는 한 사람이 맡아 하고 큰 사자의 경우 한 사람은 사자 머리부분에 또 다른 사람은 몸뚱이와 꼬리부분을 책임진다. 남방사자춤은 진짜 사자 모양에 가깝게 치장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온몸에 사자 장식을 한 뒤 사자의 금빛 발을 나타내기 위한 신발 사자 탈 안에 있는 사람은 알아볼 수 없게 만든다. 춤사위는 껑충껑충 뛰면서 공중회전, 뛰어오르기, 넘어기지 등 역동적인 동작을 구사해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선사,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사자춤이다.
반면 남방사자춤은 머리와 상체 부위만 사자 모양으로 장식하고 다리 쪽에는 등롱고(燈籠袴)를 입기 때문에 춤추는 사람의 동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춤사위는 온몸을 털거나 긁기, 핥기 등 세부적 표정을 중시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이같은 해학적인 표정은 국태민안과 만자태평을 상징한다.
이와 함께 ‘용의 자손’이라고 자칭하는 중국인들은 사자춤과 함께 용춤도 즐긴다. 용을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는 신령한 동물이라고 여겨왔다. 용춤은 기우제를 비롯해 풍년을 바라고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명절과 행사에 빠지지 않았다.
용춤에 사용되는 용은 색깔에 따라 황룡, 청룡, 적룡으로 나뉘고 마디 갯수 구성으로 소룡, 중룡, 대룡으로 구분한다. 행사의 중요성에 따라 용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최근에는 행사 규모와 관계없이 ‘최고의 용’ 자리를 두고 패권을 다투는 전국 규모의 용춤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와 비슷한 형태의 북청 사자놀음과 봉산탈춤, 토영오광대 등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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